“이상화 선수가 1위입니다!”
이상화(21·한국체대)가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확정짓자 TV 앞에서 숨죽이던 가족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이우근(53) 씨는 “상화는 스케이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포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적 없었다. 해낼 거라고 믿었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상화는 ‘뭐든 한 번 잡으면 끝을 보는 성격의 소유자’다. 일례로 초등학교 3학년때 나간 콩쿠르에서 은상을 거머쥐었다. 피아노를 배운 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2위를 한 것이다.
스케이팅도 마찬가지였다. 은석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빙상에 입문한 이상화는 몸싸움이 싫어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더 큰 벽이 놓여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대회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일찌감치 간판 스프린터로 자리매김했다.
아버지가 밝힌 이상화의 스케이팅 비결은 바로 즐기는 것. 이 씨는 “상화는 어릴 때부터 추운 겨울에도 스케이트만 타러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나서곤 했다. 스케이팅을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담대한 성격도 장점이다.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6·강원도청)은 “성격이 워낙 털털해서 태릉에서는 장군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 씨에게는 귀엽기만 한 막내딸. 그는 “애교는 없지만 아무래도 딸이다 보니 상화 보는 재미에 산다”며 “특히 왕 베이싱을 끌어안는 장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딸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이 씨는 “상화에게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약속했던 제주도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 다시보기 =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