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속 역대 최고성적 김관규 감독
“강제로 훈련하던 시대 지나…메달 행진 솔직히 얼떨떨”
“모든 게 다 잘돼 가고 있습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관규 감독(43)은 제자들의 연이은 메달 소식에 흥분할 법도 하지만 의외로 차분했다. 주위에선 이변이라고 했지만 김 감독은 예상했던 일이 이제야 일어났다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아 메달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김 감독은 애써 모르는 척했지만 이미 메달 개수가 마음속에 그려진 듯 보였다. 김 감독은 “모든 것이 계획했던 대로 되고 있다. 선수들이 내가 원했던 그대로 경기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김 감독은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와 5000m, 1만 m에 출전했던 장거리 선수 출신 지도자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도 감독을 맡아 지금까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발전 비결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취재진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땀을 흘린 대로 보답을 받기 마련이다”고 대답했지만 그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했다. 김 감독은 “다른 사람들은 호통도 안 치고 너무 부드럽게 선수들을 대한다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 본인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어 신세대인 선수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선수들에게 ‘어느 종목이든 메달은 가까이 있다. 끝까지 해봐라’며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강제로 시키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오랜 감독 생활을 하면서 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해의 훈련계획표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체력을 강조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메달은 딸 때 왕창 따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계속 따니 솔직히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감독으로서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메달 행진이 계속되다 보니 선수들이 느슨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다음 시즌에 바로 결과가 나오거든요. 빨리 다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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