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선수들이 흔히 하는 얘기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니고도 올림픽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17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한국체대)에게 덜미를 잡힌 독일의 예니 볼프(31)도 그중 하나다.
볼프는 이 종목 세계기록(37초00) 보유자이자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자타 공인 세계 최강. 2005년부터 매년 월드컵 우승 경력을 쌓았고 2007∼2009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을 휩쓸었지만 올림픽 무대만 밟으면 힘을 쓰지 못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10위에 그쳤고 전성기였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조차 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자신의 세계기록을 0.02초 단축하며 스피드 여제임을 입증했지만 이날 1, 2차 레이스에서 연거푸 대결한 이상화를 당해내지 못했다. 볼프는 “내가 원했던 것은 금메달이었는데 혼란스럽다. 1차 시기에서 방심한 게 문제였다. 이상화는 굉장히 빠르고 강했다”고 말했다.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했던 캐나다의 제러미 워더스푼(34)도 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17세 때 국가대표로 뽑힌 뒤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4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월드컵 500m와 1000m에서 통산 49차례나 우승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그러나 올림픽 입상은 1998년 나가노 대회 500m 은메달이 유일하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500m에서는 출발하자마자 넘어졌고, 1000m에서는 13위에 그쳤다. 2006년 토리노에서는 500m 9위, 1000m 11위를 기록하는 등 아예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다. 이후 1년의 공백기를 거친 뒤 2007년 복귀해 500m 세계기록(34초03)을 달성하며 부활을 알렸지만 34세의 백전노장은 16일 500m 2차 레이스에서 모태범(한국체대)의 금메달 레이스 파트너가 된 데 만족해야 했다.
피겨 여자 싱글에서 세계선수권 5회 우승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미셸 콴(미국)도 1998년 나가노 대회 은메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동메달을 딴 뒤 2008년 은퇴했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1∼2년 주기로 개최되는 다른 대회에 비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번 기회를 놓치면 전성기를 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올림픽 금메달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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