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서 운명 직감… 국적도 바꿨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올림픽 피겨 사상 첫 흑인 페어 佛 제임스-보뇌르

연기가 끝나자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비록 20개 출전 팀 중 14위였지만 사상 첫 흑인 페어 커플의 올림픽 데뷔에 대한 찬사이자 격려였다.

프랑스 피겨 페어 팀인 버네사 제임스(23)와 야니크 보뇌르(28)는 16일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 페어에서 종합 145.10점으로 14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중국의 자오훙보-선쉐(216.57점)와 큰 차이가 났지만 두 사람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보뇌르는 “언젠가 메달을 따고 싶다. 또 언젠가 페어 스케이팅에 흑인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첫 흑인 페어 커플의 탄생은 겨울 스포츠 분야에서도 소외됐던 흑인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타고난 흑인들은 육상을 비롯해 많은 종목에서 스타를 탄생시켰지만 유독 겨울 스포츠에선 힘을 못 썼다. 우선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이 더운 지역이어서 겨울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없기도 했고 육상이나 농구에 비해 고비용 스포츠여서 백인들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흑인들에겐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

하지만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올림픽 개인 종목 사상 흑인으로는 첫 금메달을 따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피겨에서 흑인 선구자는 여자 싱글의 수르야 보날리(프랑스)였다. 보날리는 1991년부터 5개 대회 연속 유럽선수권을 제패했지만 올림픽에선 세 번 출전해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짝을 이루는 피겨 페어는 흑인들의 경우 특히나 선수 층이 얇아 흑인만의 커플은 한참 동안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둘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어 운명처럼 만났다. 피겨 파트너 찾기 전문 사이트인 ‘아이스 파트너 서치 닷컴’(icepartnersearch.com)을 통해 2007년 만났다. 2006년 피겨 여자 싱글 영국 챔피언이기도 한 제임스가 페어로 전환한 뒤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는 것을 그의 친척이 안타깝게 생각하다 이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보뇌르를 알려줬고 제임스가 e메일을 보내 만남이 성사됐다. 캐나다인인 제임스는 지난해 프랑스로 국적을 바꿨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 대해 제임스는 “그가 저에게 프랑스로 오라 했고 3일 동안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했다.

보뇌르는 “우리가 첫 번째 흑인 페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4년 뒤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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