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섬싱 스페셜] ‘쇼트강국’ 한국, 왜 500m에 약한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19일 07시 00분


순발력 약점…“단거리보다 장거리 집중”

‘천하무적’ 대한민국 쇼트트랙만 생각하고 18일 오전 TV를 시청한 국민들은 의아했을 듯하다.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이은별 조해리 박승희 중 단 한명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명은 1회전에서 탈락했고, 이은별만 준결승에 올랐지만 최하위로 들어왔다. 패자 순위결정전에서도 꼴찌였다.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한국 쇼트트랙에 석양이 드리운 것일까. 다행히 그 회의론에 대한 답변은 ‘아니오’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빛과 그림자

기회비용이란 경제학 용어가 있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면 희생되는 나머지를 일컫는다. 여기서 ‘합리적 인간’의 선택기준은 ‘효용가치’, 즉 무엇이 가장 이익을 주느냐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쇼트트랙 대전략은 간결하다. ‘500m와 500m 아닌 것.’ 500m만 단거리로 보고 1000m, 1500m, 계주는 중장거리로 설정했다.

그리고 금메달 3개(남녀 합계 6개)가 걸린 중장거리를 선택해 집중했고, 남녀 500m는 기회비용 처리했다. 한국의 선택이 현명했음은 금17·은8·동5(18일 기준)라는 역대 동계올림픽 성과(500m 제외)가 입증한다.

또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이 ‘동양인은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사실은 중장거리에 방점을 찍는 한국식 훈련의 내공을 입증한다. 반면 500m에서는 금·1동2개가 전부다. 1994년 릴레함메르에서 채지훈이 금을 땄을 뿐,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과 안현수조차 동이 최고성적이다.

같은 쇼트트랙이지만 500m와 500m 아닌 종목은 요구하는 신체 능력이 다르고, 따라서 훈련 방법도 구별된다. 빙상연맹 이윤숙 이사는 “500m는 선천적 순발력이 절대적”이라고 단언한다. 훈련을 통한 지구력에 중점을 두는 한국 스타일로는 한계가 엄연하다.

더구나 쇼트트랙은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몸싸움도 불사하는 순위 레이스다.

특히 500m는 단거리의 속성상 스타트 순위가 끝까지 유지되는 편인데 체격에서 열세고, 후반 추월에 강한 한국에 절대 불리한 조건이다. 또 인코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예선 기록이 좋은 선수부터 안쪽 코스를 배정받는다.

결국 예선부터 시종일관 필사적으로 질주하기에 한국의 테크닉이나 레이스 전략이 끼어들 여지가 지극히 협소하다. 같은 아시아 선수여도 500m 금메달을 딴 왕멍(중국)은 체격 순발력 파워에서 ‘거의 90%가 남자수준’인 예외다. 어느 빙상인이 “성별검사를 해봐야 된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남자 500m는….

국내외 매스컴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1000m. 1500m, 5000m 계주를 싹쓸이하리라 예상했는데 유일한 예외로 500m를 뒀다. 그래도 여자보다는 남자 500m는 긍정적이다.

이 종목은 기술보다 체질이 더 중요한데 순발력이 탁월한 성시백이 500m에 적합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성시백은 500m 세계기록을 작성했었다. 막판이 강한 이호석도 커리어에 기대를 건다.

이 이사는 “500m는 이정수 대신 곽윤기가 나갈 것”이라 예상했다. 남자 500m는 27일 결승이 열린다. 남자 5000m 계주와 같은 날이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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