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태릉선수촌.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관규 감독과 선수 17명이 한 강의실에 모였다. 강의 주제는 ‘시즌, 비시즌별 식사 스케줄 계획’. 강사로 나선 25년 경력의 태릉선수촌 조성숙 영양사는 깜짝 놀랐다. 선수들이 그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 등 수업 열기가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선수들은 강의가 끝난 후 질문도 많이 하는 등 관심이 남달랐다. 강의시간도 예정보다 30분 이상 길어졌다”며 웃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연일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며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전략적인 식이요법이 이번 대회 값진 성과의 배경으로 지목돼 눈길을 끈다.
대표팀 ‘음식 전도사’는 역시 김관규 감독. 김 감독은 “0.01초 차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의 핵심은 음식”이라고 할 만큼 식이요법을 중요시 여긴다. 김 감독은 트레이너와 함께 여러 차례 태릉선수촌 영양사들과 상의해 식단을 짰다. 체격이 작은 동양 선수들이 다리가 길고 힘이 좋은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1Cal까지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김 감독은 캐나다에 입성한 뒤에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식사 계획을 짰다. 실제 남자 500m, 1000m에서 잇달아 금, 은메달을 수확하며 ‘국민 남동생’으로 떠오른 모태범(21)은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든든한 식사를 한 게 경기 당일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금빛 레이스를 펼친 1989년생 동갑내기 모태범과 이상화는 식이요법에서도 금메달감이었다. 모태범은 삼겹살을 먹는 회식 자리에서도 혼자 닭 가슴살을 먹는 등 한 끼 식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각종 영양제도 시간에 맞게 꼭 챙겨 먹는 그를 두고 동료 선수들은 ‘애늙은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이상화도 마찬가지. 보통 여자 선수들이 비시즌에는 체중을 줄이려고 하는 반면에 이상화는 언제나 ‘적당히’가 없었다. 대표팀 김용수 코치는 “상화는 식사의 양과 질 모두 여자 선수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금메달을 안겨 준 자랑스러운 허벅지(둘레 23인치)는 그러한 식이요법에 엄청난 훈련량이 합쳐진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기대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올림픽에만 5차례 연속 출전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맏형 이규혁(32)도 자기관리 비결 가운데 하나로 식이요법을 꼽는다. 이규혁은 보디빌딩 선수 못지않게 영양소 하나까지 파악해 음식을 먹는 걸로 유명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