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은 겨울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의 대부분을 쇼트트랙에서 땄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까지 31개의 메달(금 17, 은 8, 동메달 6개)을 수확했다. 이 가운데 은 1, 동메달 1개를 제외한 나머지 29개는 쇼트트랙에서 나왔을 만큼 메달 편식증은 심했다. 외국 기자들은 ‘한국은 쇼트트랙만 할 줄 아는 나라’라고 비아냥거렸다.
최근 한국은 편식증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김연아(20·고려대)가 등장하면서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정상에 섰다. 뒤를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이 금 2,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이제 한국은 빙상 강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진정한 겨울 스포츠 강국이라고 외치기에는 50% 부족하다. 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등 설상(雪上)과 썰매 종목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루지 등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예선에서 떨어졌다. 컬링과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빙상 종목은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한 해에 수차례의 전지훈련과 해외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쌓아왔다. 그 결과가 지금의 빙상 강국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설상과 썰매 종목은 제대로 된 후원을 받지 못했다. 실업팀이 거의 없어 자비를 털어가며 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각 연맹은 돈이 부족하다 보니 해외 대회에 한두 차례만 선수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한 포인트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18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이 열리는 밴쿠버에서 취재진과 만나 스피드스케이팅의 선전에 대해 말하며 “이제는 우리도 설상과 썰매 종목으로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이스하키와 컬링 같은 종목의 아시아 쿼터제, 겨울 종목 연습장 건립 등을 언급했다. 빙상 강국의 화룡점정을 찍은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같은 선수가 설상과 썰매 종목에서도 나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밴쿠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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