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는 짧은 시간에 가장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빙상 종목이다. 16일 이 종목에서 우승한 모태범(21·한국체대)은 그래서 남자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번개’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에 비견된다. 종목 자체가 다르고 장비와 코스 등도 크게 달라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두 선수에겐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 기록 단축의 열쇠는 스타트
단거리 종목에서 스타트는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모태범은 스타트에 일가견이 있다. 체육과학연구원이 지난해 테스트한 자료에 따르면 모태범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0.23초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빨랐다. 모태범은 또 이번 대회 2차 레이스 초반 100m에서 31번의 피치(스케이트로 얼음을 한 번 밀어내는 동작)로 시간을 단축했다.
볼트는 키가 196cm의 장신이기 때문에 초반 순발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에서 당시 세계신기록인 9초69로 우승하긴 했지만 스타트 반응 속도는 0.165초로 최하위권이었다. 볼트는 이후 스타트 훈련에 전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0.146초로 이를 단축했다. 9초58이라는 기록 역시 스타트 향상에서 나온 셈이다.
○ 100m 경주의 승자는 볼트
“바다거북하고 조오련하고 수영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 나오는 대사다. 그러면 모태범과 볼트가 경주를 하면 누가 더 빠를까. 이 가상 대결은 거리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모든 조건을 배제하고 100m 결과로만 보면 볼트가 빠르다. 볼트는 지난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58로 테이프를 끊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37.6km다. 모태범의 첫 100m 기록은 1차 레이스와 2차 레이스가 각각 9초63과 9초61이다. 100m 이후에는 가속도가 붙은 후 모태범의 스케이트가 빛을 발한다. 이후 400m를 모태범은 25초29에 주파했다. 시속 56.9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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