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美 라이서첵 188cm 큰키 약점 훈련으로 극복… 피겨 그랑프리파이널 우승 천재형 러 플류셴코 ‘토리노’서 금메달 따고 은퇴후 4개월전 복귀… 옛 기량 그대로
미국 피겨 대표팀의 프랭크 캐럴 코치(71)는 10년 전 미국 콜로라도의 한 아이스링크에서 15세의 꺽다리 소년을 처음 만났던 때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 녀석은 피겨보다는 농구를 하는 게 더 낫겠는걸.” 현재 키 188cm로 최장신 피겨 선수인 에번 라이서첵(25)이었다.
피겨 선수로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던 캐럴 코치는 라이서첵을 지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선수 중 최고로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 아이로군.” 라이서첵은 링크장에 맨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선수였다. 점프 연습도 만족할 때까지는 그만두는 법이 없었다. 큰 키는 다른 스포츠엔 유리하지만 피겨엔 큰 걸림돌이다. 스핀과 점프를 해야 하는데 무게 중심점이 높아 몸을 컨트롤하기가 훨씬 어렵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그의 노력은 결실을 봤다.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처음으로 올라선 것. 올 시즌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1인자 자리를 굳혔다. 라이서첵은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도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꼽혔다.
하지만 올림픽 우승의 꿈을 부풀리던 그에게 강력한 적수가 나타났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고 홀연 은퇴했던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류셴코(28·178cm)가 이번 올림픽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돌아온 것이다. 플류셴코는 선수 시절 남자 피겨의 독보적 존재였다. 기술과 예술성까지 갖춘 천재형인 플류셴코는 전성기인 1999∼2000시즌부터 은퇴할 때까지 7년 동안 41개의 대회에서 36회나 우승할 만큼 경쟁자가 없었다. 3년 8개월여의 공백이 무색하게 지난해 10월 복귀한 뒤 참가한 두 번의 러시아선수권과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둘은 17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플류셴코가 첫 점프 과제로 4회전에 이은 3회전 점프(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는 등 완벽한 연기를 펼쳐 90.85점으로 1위. 라이서첵은 위험 부담이 있는 4회전 점프를 빼고 연속 3회전 위주의 프로그램을 완성도 높게 연기해 90.30점으로 2위에 올랐다. 1위와는 불과 0.55점 차. 오늘 싱글 프리서 메달色결정
‘돌아온 천재’ 플류셴코와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한 악바리’ 라이서첵. 누가 올림픽 정상에 설지는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리는 19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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