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시백 모친 홍경희씨 ‘애타는 母情’
1000m 결선탈락 충격에도“난 괜찮아” 힘든 내색 한번 안해
500m는 시상대 서는 모습 보여주길
“제 기도가 부족했나 봐요.”
아들의 불운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기도를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두 차례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쇼트트랙 성시백(23·용인시청)의 어머니 홍경희 씨(50). 그는 아들을 직접 응원하고 싶어 캐나다 밴쿠버를 찾았다. 아들이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고개를 숙인 아들의 뒷모습만 바라본 뒤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애가 불쌍하고 안쓰럽죠. 경기를 하다 보면 처음에 잘 풀리면 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어요. 큰 대회라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애가 정말 원하고 열심히 준비한 경기인데…. 내가 속상한 것보다도 애가 빨리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워낙 운이 따르지 않다 보니 아들의 성격도 걱정이 됐다.
“힘 내거라, 아들아” 14일 1500m에서 이호석과 부딪쳐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놓친 성시백을 15일 훈련 때 찾아 포옹하는 홍경희 씨의 얼굴에는 애틋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애가 다부진 편은 아니에요. 여리다 보니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 약한가 봐요. 그래도 운동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성시백은 1년 가까이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거의 태릉선수촌에 머물렀다. 집에 들어가는 날이 드물었다. 주말에 외박을 나갔을 때가 유일했다. 어머니와도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홍 씨는 그런 아들을 보고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애가 선수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겪다 보니 훌쩍 커버린 느낌이에요. 1000m 경기가 끝난 뒤 ‘괜찮니’라고 물으니 ‘괜찮아요. 힘내서 다음 경기 준비할게요’라고 말하더군요. 저를 안심시켜 주려고 힘들면서도 내색을 안 했어요. 1년간 얼마나 컸는지….”
홍 씨는 가끔 아들에게 쇼트트랙을 괜히 시켰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들이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홍 씨는 21일 1000m 경기 때 성시백이 2등으로 결선에 올라갔다고 생각했다. 2위로 결선에 오른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캐나다)보다 빨랐다고 봤다. 하지만 7cm에 해당되는 0.006초 차로 3위가 돼 성시백은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시백이 날이 먼저 들어간 것 같았어요. 아마 내 자식이라 그렇게 보였나 봐요. B파이널도 나가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실격까지 나온 것 같아요.”
홍 씨는 아들을 대신해 이호석(24·고양시청)과 이정수(21·단국대)가 1000m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호석은 1500m에서 성시백과 부딪치는 바람에 메달을 날렸다.
“어휴, 호석이도 그런 사건이 있었던지라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더군요.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안타깝고 안쓰럽죠. 호석이는 악착같은 면이 있어요. 호석이도 땄으니 이제 시백이 차례죠.”
밴쿠버의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 홍 씨는 아들의 경기나 훈련이 없는 날에는 숙소 인근의 절을 찾는다.
“불공을 드려요. 어차피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마음이 편해져요. 시백이를 위해 매일 불공을 드리는데 어떤 면에서는 제 정성이 모자랐나 싶어요.”
아들과 매일 전화 통화를 한다는 홍 씨는 남자 500m 예선에는 표를 구하지 못해 TV로 본 뒤 결선은 미리 장만한 입장권으로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 이번에는 시상대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아들을 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어차피 지난 일들은 미련 없이 빨리 잊고 1분이라도 빨리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낫잖아요. 시백이에게도 빨리 털고 다음 경기 준비하라고 했어요. 저는 아들을 믿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