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막을 몇 개월 앞두고 일본의 피겨 간판인 아사다 마오(당시 16세·사진)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세계 1인자를 올림픽에서 뛰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가 어려 올림픽 출전 자격이 없던 아사다지만 세계 1위를 한 만큼 올림픽에 보낼 수 있도록 특혜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
아사다의 올림픽 출전은 불발로 돌아가긴 했어도 4년 후 아사다가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분위기는 4년 전 예상과는 다르게 흘렀다. 지난 시즌 김연아(20·고려대)에게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우승을 잇달아 내준 아사다는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3바퀴 반 점프)을 내세워 설욕을 노렸지만 지난해 10월 올 시즌 첫 출전 대회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김연아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모스크바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선 트리플 악셀 점프가 더블 악셀로 처리되면서 나중에 뛴 더블 악셀 점프와 겹쳐 0점을 받는 등 실수가 잇달았다. 결국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자신의 역대 최저인 150.28점을 받았다. 5위에 머문 아사다는 그랑프리 시리즈 상위 6명이 출전하는 그랑프리 파이널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했다.
그런 아사다가 24일 밴쿠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포함해 모든 과제를 실수 없이 연기하며 73.78점을 받아 김연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김연아의 라이벌로는 거론이 안 될 만큼 망가졌던 그가 다시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로 뛰어오른 것. 아사다가 이날 받은 점수는 지난해 4월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최고점(75.84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게 10점 가까이 뒤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오늘 점수에 만족한다.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완벽하게 해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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