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5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심판진의 '임페딩(impeding·밀치기)' 선언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최광복 코치가 강력히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본다.
● 반칙을 줘도 안 줘도 되는 상황
심판진이 문제 삼은 장면은 한국의 김민정과 중국의 선린린이 22바퀴째 코너를 도는 도중 발생했다. 터치를 받은 김민정이 선두로 코너를 돌다가 내저은 팔이 바짝 뒤따라오던 선린린의 가슴 부위에 닿았다.
하필이면 이 순간 김민정의 왼발 스케이트 날과 선린린의 오른발 스케이트 날이 충돌하면서 선린린이 튕겨 나갔다. 전혀 고의성은 없었지만 심판진은 이를 김민정의 진로 방해라고 판단했다.
최 코치는 "반칙을 줘도 안 줘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반칙을 줬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범주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심판이사는 "내가 본 각도에서는 김민정이 치고 나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인 것 같았는데 심판진은 이를 선린린을 막기 위한 방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그 동안 워낙 쇼트트랙을 독식하다 보니 외국 선수단을 물론 심판까지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있다. 이번 판정에는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8년 전 '오노 오심' 때와 같은 심판
공교롭게도 이날 한국 쇼트트랙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주심은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때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갔던 제임스 휴이시(호주) 심판이다. 솔트레이크 대회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김동성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주심이던 휴이시 심판은 양손을 번쩍 들며 김동성의 진로 방해를 주장한 아폴로 안토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에 손을 들어줬다.
명백한 오심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오노에게 넘겨 준 휴이시 심판이 이번에는 애매한 상황에서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오노 오심 사건 이후 국제빙상연맹(ISU)은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번 건에서는 비디오 판독조차 한국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 코치는 "이미 심판진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어제도 선수단 미팅 때 '조금만 스쳐도 불리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주의를 줬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휴이시 심판은 2006년 4월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안현수를 실격 처리하는 등 한국 선수단 내에서는 진작부터 악명이 높았다.
● 항의도 제소도 불가
한국 선수단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ISU는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하거나 제소할 수 있는 규정은 아예 삭제해 어떤 이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심판 담합이나 뇌물 사건 등에 대해서만 제소를 받을 뿐 판정 시비는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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