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이라기보다 토크쇼에 가까웠다.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말했다. 웃음보가 터져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이상형을 말할 때는 얼굴이 벌게지기도 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에 금 3, 은메달 2개를 안긴 스피드스케이팅 한국체대 07학번 삼총사 이승훈(22), 모태범(21), 이상화(21)가 25일 캐나다 밴쿠버 하얏트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메달을 가슴에 달고 나온 이들은 소감을 묻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팀 추월 경기가 남아 있는 이승훈, 모태범과 달리 이상화는 모든 경기가 끝난 상태다. 머리를 만지고 화장까지 하고 나온 이상화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 응원하러 가거나 친구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3명 모두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이다 보니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모태범은 "서로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선수촌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경기에 나섰고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금메달 하나뿐인 이상화에게 각각 금, 은메달을 딴 두 친구가 부러운지 묻자 "500m에서 우승할 땐 큰 화제가 됐는데 승훈이가 은메달에 이어 금메달까지 따니까 나는 묻혀버린 것 같다"고 웃었다. 이승훈은 "한국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고 뿌듯했는데 친구들이 금메달을 따니까 조금 압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삼총사에게는 힘든 시절도 있었다. 모태범은 중학교 2학년 때 목표를 상실하며 운동을 포기할 뻔했다. 이상화는 "지난해 발목을 다쳐 올림픽 출전이 불확실했을 때 힘들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졌을 때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강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리는 게 아니라 지금이 강 밑바닥이니 이제 치고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주위의 탄성을 자아냈다.
웃고 장난치던 이들도 각오를 말할 때는 진지했다. 삼총사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힘든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다. 4년 뒤 다시 올림픽 대표가 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목표를 다시 세워 시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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