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수 바짝 뒤따라와 접촉… 고의성 없는데 “방해했다”
반칙 줘도 안줘도 되는 상황
김민정 “실격사유 전혀 없다”… 中왕멍 “어떤 판정도 따를 것”
판정 항의-제소할 길 없어
한국은 25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심판진의 ‘임피딩(impeding·밀치기)’ 선언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최광복 코치가 강력히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본다.
○ 메달 독식 한국 견제하나
심판진이 문제 삼은 장면은 한국의 김민정과 중국의 쑨린린이 22바퀴째 코너를 도는 도중 발생했다. 터치를 받은 김민정이 선두로 코너를 돌다가 내저은 팔이 바짝 뒤따라오던 쑨린린의 가슴 부위에 닿았다. 하필이면 이 순간 김민정의 왼발 스케이트날과 쑨린린의 오른발 스케이트날이 충돌하면서 쑨린린이 튕겨나갔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지만 심판진은 이를 김민정의 고의적인 방해라고 판단했다.
최 코치는 “반칙을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반칙을 줬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이경 SBS 해설위원도 “심판이 김민정이 손으로 중국 선수를 밀었다고 본 상황은 정상적인 경기 도중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범주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심판이사는 “한국이 그동안 워낙 쇼트트랙을 독식하다 보니 외국선수단은 물론이고 심판까지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있다. 이번 판정에는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직후 TV 화면에 장후이가 왼쪽 턱에 피를 흘리는 장면이 잡혀 김민정의 팔에 맞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으나 이는 중국 선수들끼리 승리를 자축하다가 왕멍의 스케이트날에 얼굴을 베인 것으로 확인됐다.
○ 선수단-가족 “너무 억울”
한국선수단과 가족들은 안타깝고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피딩 판정을 받은 김민정은 경기 직후 “실격 사유가 하나도 없는데 뭘 잡아냈는지 모르겠다. 진짜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김정해 씨는 “너무 열심히 한 선수들인데 심판이 그런 식으로 상처를 줘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씨는 “경기 직후 민정이에게 전화를 하자 ‘엄마, 절대 아니야’라고 하더라”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조해리의 어머니 유인자 씨도 “경기 후 딸에게서 전화가 와 ‘엄마 너무 억울해’라고 말하며 계속 울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민정과 부딪친 중국의 쑨린린은 미국 스포츠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김민정이 나를 앞지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때 충돌이 일어났다. 판정은 공정했다”고 말했다. 중국 에이스 왕멍은 “우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한다. 심판 결정이 어느 쪽이었든 우리는 수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 판정 뒤집기는 불가능
한국선수단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판정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거나 제소할 수 있는 규정은 아예 삭제해 어떤 이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심판 담합이나 뇌물사건 등에 대해서만 제소를 받을 뿐 판정 시비는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다시보기 = 판정논란 여자 쇼트트랙 계주 실격패■ 쇼트트랙 女계주 외신 보도
▽UPI통신=“중국이 논란이 있는 금메달을 따내 한국에서 거센 분노의 물결이 일 것”
▽AFP통신=“논란 속에서 중국이 한국의 쇼트트랙 계주 올림픽 5연패를 저지했다”
▽신화통신=“중국 팀이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임피딩(impeding) ::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르면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 또는 몸의 일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이라고 돼 있다. 이날 심판들은 김민정이 고의로 쑨린린을 밀쳤다고 판단한 것. 레이스 도중 스케이트 날끼리 충돌하는 것은 임피딩에 속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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