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연아” 증시 거래량 절반 이하 뚝 서울역 스크린 앞 시민들 명당확보 전쟁 직장선 인터넷 중계
거리선 손마다 DMB
한반도 전체가 온통 ‘金연아’ 열풍에 몸살을 앓았다. 김연아가 빙판에 모습을 드러냈던 26일 오후 1시21분. 모두가 숨을 죽인 채 ‘피겨 퀸’의 열연을 지켜봤다. 드라마와 같은 4분 10여 초의 아름다운 연기가 끝난 뒤 마침내 세계 최고 기록 수립을 알리는 자막이 뜨자 전국에서는 기쁨의 갈채가 쏟아졌고, 감동의 눈물이 흘러 넘쳤다. 뜨거웠던 곳곳의 열기를 되짚어봤다.
○ ‘특명, 명당을 확보하라!’ 정오를 갓 넘긴 시각,서울역. 시민들이 삼삼오오 역사 내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연기 시작, 30분 전에는 아예 비집고 들어갈 공간조차 없었다. 일부는 벤치 위로 올라갔고, 또 일부는 기차 티켓을 끊다말고 스크린 주변으로 파고들었다. 심지어 몇몇은 취재용 사다리에 올라가려다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 출장길을 떠난 김세현(29·자영업) 씨는 “연예인 같은 외모와 당당한 자신감이 너무 좋다”며 ‘국민 동생’의 선전을 기원했다. 드디어 경기 종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두 손을 꼭 쥐고 있던 시민들은 그제야 “김연아 파이팅” “10년 더 뛰자” 등을 외쳐댔다. 연기 후 김연아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걸 보며 눈물을 훔치는 40, 50대 여성 시민도 보였다.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온통 TV 직장과 집에서도 밴쿠버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순간 대부분이 일손을 멈추고 TV 앞을 지켰다. 점심 식사도 거른 채 피겨 여자 싱글 경기를 지켜본 회사원 김정호(37) 씨는 “그녀의 순수함과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대학원생 김수영(30) 씨도 “박태환과 박지성이 이유 없이 좋은 것처럼 그냥 (김연아가) 좋다”고 전했다. 사업 미팅을 하던 박승호(65) 씨는 “꼭 우리 막내 딸 같다”며 “불모지 종목인 피겨로 한국을 알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남기윤(61) 씨도 “김연아를 보면 6.25 종전 후 힘겨웠던 우리네 옛 시절이 떠오르는 한편, 험난했던 역사와 과거를 극복한 한국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며 밝게 웃었다.
한편, 주식시장에 새로 등장한 ‘김연아 타임’은 이날도 반복됐다. 이는 김연아 경기 중계 시간만 되면 증권 거래가 급감한다는 것을 빗대 만들어진 신조어. 김연아 출전 1분 전까지 분당 80만주 이상 거래되던 게 오후 1시20분 이후 분당 30∼40만주에 머물렀다. 쇼트 프로그램이 열린 24일에도 주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가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