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치워버리자 생각… 자신감 있어서 긴장도 안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 김연아 인터뷰“어떻게 이런 점수가 가능한지…경기후 눈물 어떤 느낌일까 했는데가족 - 코치 - 친구 - 주위 분들…연예인 소감 같지만 모두 감사”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맨 마지막에 위치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데는 족히 1시간 반이 걸렸다.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고 세계 각국의 방송사, 통신사, 해외 언론이 줄줄이 믹스트존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무 번이 넘게 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했겠지만 싫은 내색은 없었다.

―금메달 소감은….

“오랜 기간 연습했는데 준비했던 것을 다 보여주고 금메달까지 따서 정말 기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프로그램을 모두 ‘클린프로그램’으로 처리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인 것 같다. 점수도 너무 잘 나왔다.”

―프리스케이팅 연기 뒤 눈물을 흘린 이유는….

“많은 선수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난 오늘 경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울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연기를 잘하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 와서 끝났다는 느낌에 그랬던 것 같다.”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았다. 컨디션도 좋아서 심적 부담감은 없었다. 올림픽이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더 편안하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감이 있어서 긴장감도 없었다.”

―점수가 이렇게 높게 나올 줄 알았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점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말 높게 나왔다. 이런 점수가 가능한가 싶다. 내 자신의 한계라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오늘 모두 몇 번 눈물을 흘렸나.

“연기가 끝나고 한 번 울고 시상대 위에 서 있는데 옆에 있던 조아니 로셰트가 메달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애국가가 흐를 때도 눈물이 나왔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어떤 존재인가.

“오서 코치와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함께해서 영광이고 행운이다. 올림픽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다. 큰 도움을 받았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분들이 있는가.

“계속 지켜본 엄마, 묵묵히 한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빠, 그리고 언니, 오서 코치와 토론토의 많은 분들, 치료에 도움 주신 분들, 에이전트, 친구들, 주위 모든 분들…. 연예인의 시상식 소감 같은데 모두모두 감사드린다.”

김연아는 큰 짐을 벗은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큰 짐을 내려놓았다는 게 홀가분하다. 그간 부담감을 없애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고 말했다. 홀가분하다는 의미에 대해 김연아는 “오늘이 가장 중요한 경기였고 그래서 해치워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도 기쁘지만 동시에 모든 게 끝났다는 게 너무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다시보기 = 김연아, 완벽한 연기…세계신기록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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