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이번엔 눈앞에서 날아간 금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 성시백, 500m 1위 달리다 넘어져… 계주 등 銀 2 만족



새벽부터 불공 아버지

“이젠 부담 털고 즐기렴”

불운의 쇼트트랙 스타?

많은 국민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 대표 성시백(23·용인시청)을 보며 ‘참 운이 없다’고 느낀다. 성시백은 지난달 14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위로 들어오다 결승선을 앞두고 이호석(24·고양시청)에게 밀려 넘어졌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빙판을 내리쳤다. 21일 1000m 준결선에서는 2위 샤를 아믈랭(캐나다)에게 7cm 차로 뒤지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성시백의 아버지 성명제 씨(58)는 27일 아들의 500m 결선 경기를 보지 않았다. ‘내가 봐서 자꾸 안 풀리나’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의 위패를 모신 경기 파주시 보광사를 찾아 새벽부터 기도를 드렸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꺼놨던 휴대전화를 켰는데 ‘축하한다’는 문자가 쏟아졌다. 성 씨는 “너무 많은 문자가 와서 금메달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아버지는 지극 정성을 들였지만 결정적 순간 불운은 또 찾아왔다. 성시백은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까지 1위로 달렸지만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빙판에 나뒹군 채 미끄러지는 바람에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2위로 들어온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프랑수아루이 트랑블레(캐나다)를 밀쳐 실격을 당하면서 성시백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뤘고 메달 색깔도 동메달에서 은메달로 바뀌었지만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500m에 이어 열린 5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 굴곡 많은 쇼트트랙 인생

성시백은 세계 정상급 선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껏 1인자의 칭호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다. 쇼트트랙을 시작한 후 오르락내리락 부침이 유난히 심했다. 그는 2003년 1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종합 3위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2004∼2005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2차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성인 대표로도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듬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며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올림픽 직후 열린 전국종합선수권에서 금메달리스트 안현수와 이호석을 꺾고 종합 1위를 차지했지만 9월 대표선발전에서는 6위로 밀렸다.

그는 2007년 토리노 겨울유니버시아드에서 5관왕(500m, 1000m, 1500m, 3000m, 5000m 계주)을 달성한 후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4월 대표선발전에서도 1위는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황태자 계보를 이은 선수는 성시백이 아닌 이정수(21·단국대)였다.

○ 독기, 그리고 도전

팬들은 최선을 다한 성시백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성시백도 28일 인터뷰에서 “스스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선한 눈매를 가진 그는 언뜻 보기에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 성 씨가 말하는 아들은 누구보다도 진지한 악바리다. 성 씨는 “무릎수술을 하는데 도핑을 걱정해 마취도 안 하고 할 정도로 시백이는 독한 애”라고 말했다. 그는 “시백이가 올림픽에서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며 “이제 부담 없이 운동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림픽 후 성시백의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28일 “이번에 생일(2월 18일) 금메달 파티를 못해 아쉽다. 다음 생일에는 할 수 있을까”라며 다음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팬들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불운의 스타가 아닌 몇 번이고 넘어져도 일어서는 스타이기 때문에.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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