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부터 공항 메워… “모두 모두 장하다”
이상화 어머니 “국민 성원 낯설기도 하고 기뻐”
“금메달 이렇게 생겼어요”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딴 모태범(왼쪽)이 메달을 들어 보이며 몰려든 팬들에게 포즈를 취해 주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까악, 김연아다. 와아!” “성시백 선수, 너무 멋있어요!”
2일 오후 5시 반.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선수단 기수로 대형 태극기를 들고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3시간 전부터 공항 라운지를 빼곡하게 메운 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입국을 기다리던 시민 1000여 명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선수단을 맞았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를 차지했다. 김연아에 이어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 곽윤기(이상 쇼트트랙)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기념 촬영을 위해 일렬로 선 선수들은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엄청난 인파에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환호에 화답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박성인 선수단장을 비롯해 김관규 감독(스피드스케이팅), 김기훈 감독(쇼트트랙), 브라이언 오서 코치(피겨스케이팅) 등 지도자 6명과 메달리스트 11명은 기념 촬영을 끝낸 뒤 인천공항 2층 비즈니스센터로 이동해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선수단을 둘러싼 수백 명의 경호진은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진땀을 뺐다. 호주로 유학 가는 딸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선수단 입국을 보게 된 정석철 씨(50)는 “(쇼트트랙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된 것 같더라”며 “이번 올림픽 참가 선수 모두 장하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우승자인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 씨(49)는 “상화가 나오지 말라고 했지만 공항에 왔다. 시민들이 이 정도로 성원해 주시는 것을 보니 낯설기도 하고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19위에 입상하며 ‘한국판 쿨러닝’을 연출한 봅슬레이 대표팀 강광배는 “입상도 못한 우리 팀에 국민 여러분이 너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귀국회견 말말말 “▼박용성(대한체육회장)= 종합 5위란 성적은 우리가 겨울올림픽 강국으로 우뚝 섰다는 의미다. 이번 성적은 내년 7월 결정되는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도 평창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박성인(선수단장)=8년을 준비해 빙상 강국이 됐다. 그러나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10년을 내다본다는 마음으로 설상(雪上) 종목에도 꾸준히 투자해 진정한 겨울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서야 할 것이다.
▼이정수(쇼트트랙)=(2억 원의 포상금을 어디에 쓸 거냐는 질문에 한참 생각하더니) 그렇게 큰 돈은 내가 관리 못할 것 같다. 부모님한테 드려야겠다.
▼이은별(쇼트트랙)=(여자 3000m 계주에서 실격 판정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너무 아쉽다. 열심히 훈련해서 4년 후엔 반드시 되찾아올 것이다.
▼성시백(쇼트트랙)=(끝나고 나니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처음엔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돌아오고 나니 마음은 편하다.
▼곽윤기(쇼트트랙)=(시상식장에서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 세리머니를 할 생각을 어떻게 했냐고 묻자)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최초의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나. 우리(쇼트트랙팀)도 뒤질 수 없다는 생각에 ‘최초’의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 기회에 나를 알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모태범(스피드스케이팅)=(금메달 딴 비결을 묻자) 그냥 다른 대회라고 생각했다. 부담 없이 편하게 탄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여전히 모태범과 거리를 활보하며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캐나다에서 인터뷰할 때 태범이랑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지금 분위기도 좋고, 계획대로 추진할 생각이다.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김연아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나를 ‘빙판 위 신세경’이라 불러주는 팬들에게 우선 감사한다. 김연아 선수가 더 예쁘고 몸매도 날씬한데…. 그래도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 ■ 선수단 향후 일정 오늘 해단식후 靑오찬 연아, 캐나다 캠프 복귀 22일 세계선수권 준비
‘장하다 대한의 아들딸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에 올라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단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이 겨울스포츠 강국임을 세계에 알린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공항 라운지는 북새통을 이뤘다. 메달을 딴 선수와 지도자들이 결산 기자회견이 끝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승훈 이정수 김연아 이은별 박승희 이상화 모태범 김관규 감독 곽윤기 김성일 김기훈 감독 전재목 코치 최광복 코치 성시백 이호석. 한국 선수단은 3일 오전 태릉선수촌에서 해단식을 갖는다. 인천=홍진환 기자 2일 금의환향한 밴쿠버 겨울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으로 이동해 하룻밤을 보냈다. 선수단 해단식은 3일 오전 9시 반 태릉선수촌 내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리며 선수단은 해단식을 마치는 대로 청와대로 이동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갖는다. 선수단 공식 일정은 여기까지다. 이후에는 경기 단체별로 짜인 개별 일정에 따른다. 바이애슬론 대표 선수들은 10일 핀란드에서 시작되는 월드컵 대회 참가를 위해 짧은 휴식을 가진 뒤 다시 훈련에 들어간다. 경기가 없는 대다수 선수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3일 밤 비행기로 훈련 캠프인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간다. 김연아는 22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되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일 예정이다. 김연아는 2일 밤 선수로는 유일하게 태릉선수촌이 아닌 개인 숙소에 머물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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