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부터 10년 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으며 활약한 차 감독이 현역시절 가장 까다롭게 느낀 수비수는 누구일까. 차 감독은 김호 전 대전 시티즌 감독을 꼽는다.
차 감독은 "김호 선배의 대인 마크 능력이 대단했다. 부딪치면 튕겨나갈 정도로 파워도 엄청나고 공격수들의 발을 묶는 자물쇠 수비력이 뛰어났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호 전 감독은 196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김정남 현 프로축구연맹 부회장과 콤비를 이뤄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김호 전 감독은 '스토퍼(stopper)' 역할을 맡았다. '멈추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토퍼는 '3-2-5'나 '3-2-2-3' 등 초창기의 축구 포메이션에서 상대 골잡이를 전담 마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스토퍼라는 포지션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사커가 도입되면서 사라졌고 브라질이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첫 선을 보인 '4-4-2' 포메이션이 정착되면서 수비수들도 공격력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사실 포메이션이라는 것은 오프사이드 규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초창기 오프사이드(상대편 골라인에서 최종의 두 번째 상대 수비수보다 앞서 있을 때 선언되는 반칙의 일종) 규정은 3명에서 2명으로 변화가 됐고 이에 따라 포메이션도 바뀌었다.
축구 포메이션은 '4-2-4' '4-3-3'에 이어 리베로(자유인) 시스템이 도입됐고 이후 토털사커를 거쳐 '3-5-2'에 이어 현대축구에서는 '4-4-2'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4명의 수비수가 포진하는 일명 '포백 시스템'의 '4-4-2' 포메이션에서는 양쪽 풀백의 역할이 중요하다.
4명의 수비수 가운데 2명은 상대 공격수를 맡는 수비의 비중이 크지만 양쪽 날개를 맡는 2명은 수비뿐만 아니라 틈이 나면 빠른 측면 돌파로 '역 공격(카운트 어택)'을 감행해 승리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3일 영국 런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코트디부아르의 경기.
한국이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아루나 딘단(포츠머스), 바카리 코네(마르세유), 압둘 카데르 케이타(갈라타사라이) 등 막강한 선수들이 포진한 아프리카 최강 코트디부아르를 2-0으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기선을 제압하는 멋진 발리슛을 성공시킨 이동국(전북 현대), 미드필드진에 활력을 불어넣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여러 차례의 상대 슈팅을 잘 막아낸 GK 이운재(수원 삼성) 등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활기찼다.
그중에서도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뛴 이영표(알 힐랄)와 차두리(프라이부르크)의 활약은 빛이 났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는 드로그바를 잘 봉쇄하는 동시에 스피드와 파워를 앞세워 측면을 수시로 돌파하며 상대 수비진을 흩트렸고 왼쪽 풀백 이영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안정된 플레이가 돋보였다.
결국 이영표 차두리, 두 좌우 풀백이 제 역할을 하면서 포백 시스템이 빛을 발했고 한국팀의 조직적인 플레이가 살아난 것이다.
잉글랜드 토트넘과 독일 도르트문트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지난해 6월부터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해 뛰고 있는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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