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잣대에 프로세계 실감… 등정과정 기록 철저히 남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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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5일 03시 00분


14좌 완등 종착지 ‘안나푸르나’ 재도전 오은선씨

산악인 오은선 씨(44·사진)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을 마치고 눈물을 쏟을 때 같이 울었다. 그는 “순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최고의 경지에 올랐을 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오 씨 앞에 놓인 ‘최고의 경지’는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이다. 그는 완등의 종착지인 안나푸르나(8091m)에 재도전하기 위해 8일 네팔로 출국한다. 안나푸르나 산군에 속한 타르푸출리(5663m)에서 고소 적응 훈련을 한 뒤 4월 초 베이스캠프로 옮길 예정이다. 재도전을 앞둔 그의 심정을 들어봤다.

―현재 몸 상태는….

“지난해 말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 좋았는데 많이 회복됐다. 1월에 2주 동안 산사(山寺)에 들어가 TV, 인터넷, 전화를 다 끄고 개인 훈련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리조트에서 일주일 동안 크로스컨트리 스키, 수영 등을 즐기며 몸을 만들었다.”

―지난해 칸첸중가(8586m) 등정 논란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알았다’고 했다. 어떤 점이 부족했나.

“상황이 그 지경까지 되도록 한 게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가진 의문을 미리 풀어줬으면 됐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이걸(고산 등반)로 먹고사는 것만으로 ‘나는 프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걸 보고 이게 프로의 세계라고 느꼈다. 이번 안나푸르나 등정 때는 등정 과정에 대한 기록을 철저하게 할 생각이다.”

―칸첸중가 등정의 진위를 떠나서 논란이 된 이상 다시 오르는 게 깔끔하고 멋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어떤 문제든 다양한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모두 맞출 수는 없다. 지금껏 오른 산 중에는 또 오르고 싶을 정도로 끌리는 곳이 몇 곳 있다. 칸첸중가든 어디든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면 갈 것이다. 칸첸중가는 8000m 이상 고봉 4개가 이어진 산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14좌 완등을 마치는 순간을 상상해 보면….

“아직 상상이 안 간다. 가봐야 알 것 같다. 커다란 허탈감이 밀려올 것 같긴 하다.”

―완등 후 계획은….

“일단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을 갖겠다. 그동안 옆과 뒤를 보지 않고 달려왔다. 쉬면서 ‘새로운 오은선’에 대해 고민하겠다. 14좌 완등보다 그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오 씨는 5일 후원 업체인 블랙야크 본사에서 발대식을 갖는다. 6일에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고미영 추모 화보집 출판 기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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