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꼴찌라고요? 언론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더 좋아요. 우리 애들이 더 독기를 품고 하나로 뭉칠 수 있으니까요.”
넥센 히어로즈 출범식이 열린 5일 서울 목동구장. 40세의 나이에 5번째 주장을 맡게 된 이숭용(사진)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연말 간판타자 이택근(LG)과 주축 투수 이현승(두산), 장원삼(삼성)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게 된 마당에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2006년 현대 시절 이야기를 했다. 전년도에 박진만(삼성)과 심정수(전 삼성)가 빠져나간 데다 전력 보강이 되지 않아 그해 현대는 꼴찌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현대는 돌풍을 일으키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는 “당시 개막과 동시에 우리 팀을 눈여겨볼 거라고 말했는데 올해 다시 그런 느낌이 든다”고 했다. 6일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앞둔 그는 4강을 자신했다.
▽야구는 모른다=밖에서 볼 때는 우리 팀을 알 수 없다. 야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다. 작년 SK엔 주전 포수 박경완이 없으니까 정상호가 대신하지 않았나. 젊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했고 많이 올라 왔다. 미안한 말이지만 택근이와 현승이, 원삼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메인 스폰서=힘든 2년을 겪으면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우리가 뭘해야 하는지 안다. 다른 팀과 달리 우리 팀은 선수가 자산이다. 선수가 잘해야 스폰서가 생기고, 그래야만 선수들도 좋은 대우를 받는다. 넥센과의 메인스폰서 계약 후 선수들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넘치는 젊음=팀의 젊은 선수들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투수 금민철 강윤구 김상수 박성훈 배힘찬 노병오 등은 기회만 주면 누구든 박살내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청백전에서 상대했을 때 무서울 정도였다. 나부터 이들이 올해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스프링캠프=정말 죽을 만큼 연습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쉬지 않고 방망이를 쳤다. 하루 평균 1000개씩은 쳤을 거다. 샤워도 못하고 숙소에서 그냥 뻗어 잘 정도였다. 나부터 그렇게 했다. 젊은 애들은 더 했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했고 배려했다. 시즌에 들어가면 엄청난 힘이 될 거다.
▽5번째 주장=나이 40세 주장은 처음인 것 같다. 히어로즈로 바뀐 뒤 2년간 내가 팀에 해준 게 없었다. 뭔가 보탬이 되고 싶다. 또 팀을 잘 이끌어 베테랑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좋은 동료들과 야구하는 게 행복 아닌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주고 싶다.
▽마지막 목표=언제까지 유니폼을 입을지 모르지만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고 싶다. 그 소망이 이뤄지면 미련 없이 은퇴할 생각이다. 한국시리즈를 맛보지 못한 많은 젊은 선수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그 후엔 후회 없이 떠날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스폰서 후원금 80억 확보 ▼ 금액따라 스폰서 4단계로 나눠
메인, 골드, 실버, 브론즈….
얼핏 보면 카드사의 회원 분류 같지만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위와 같은 용어로 스폰서를 분류한다. 넥센은 국내 프로야구단으론 처음으로 모기업 없이 스폰서를 유치해 구단 살림을 꾸려 가는 팀. 스폰서는 크게 메인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로 나뉘지만 ‘서브’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좋지 않아 이처럼 다양한 이름을 붙였다. 많은 스폰서를 유치하다 보니 넥센 선수들은 올 시즌 움직이는 광고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년간 메인 스폰서를 맡은 넥센은 많은 돈을 투자하는 만큼 유니폼 정면과 헬멧 정면, 모자 정면에 넥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10억 원 내외의 돈을 내는 골드 스폰서로는 코오롱과 현대해상, 한국HP가 있다. 코오롱은 유니폼과 모자 등 의류 일체를 제공하면서 제품 로고를 노출시키고, 현대해상은 타자들의 헬멧 측면에 이름을 부착한다. 한국HP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수비수의 모자 측면에 로고를 단다. 실버 스폰서와 브론즈 스폰서는 선수들의 몸 대신 더그아웃이나 외야 펜스, 전광판 등에 회사명이나 상품명을 노출시킨다. 실버 스폰서로는 우리아비바생명, W저축은행, 리딩투자증권 등이 있다. 이로써 넥센은 올해 큰 어려움 없이 구단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13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연간 구단 운영비 가운데 80억 원 정도를 스폰서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장료와 중계권 수입, 상품 판매액까지 구단 수입이 된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스폰서 유치가 잘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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