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에게 파4 홀에서의 최악의 성적은 쿼드러플 보기(기준 타수보다 4타 더 친 것), 일명 ‘양파’다. 그보다 나쁜 스코어는 내장객들의 기분을 고려해 대부분의 캐디들이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정상급 골퍼들이 나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퀸튜플 보기(기준 타수보다 5타 더 친 것)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 주인공은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인 양용은(38)이었다.》
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 코스(파70)에서 열린 혼다클래식 1라운드 11번홀. 450야드 파4인 이 홀은 핸디캡 1번으로 많은 선수가 “이렇게 어렵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고 입을 모으는 홀이다.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왼쪽은 숲이라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정교함이 요구된다. 게다가 그린 앞쪽으로 거대한 워터해저드가 자리 잡고 있어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 주최 측의 홀 안내에도 “세컨드 샷이 온 그린 되지 않으면 보기 아니면 더 나쁜 결과가 나오는 홀”이라고 돼 있다. 특히 이날처럼 핀이 물과 가까운 쪽에 꽂혀 있다면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10번홀을 보기로 시작한 양용은은 이 홀에서 악몽 같은 순간을 맞았다. 티샷은 무난했다. 248야드를 날아간 공은 페어웨이 왼쪽에 안착했다. 하지만 202야드를 남겨두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10m가량 못 미쳐 물에 빠지고 말았다. 벌타를 받고 친 네 번째 샷도 비슷한 거리가 모자라 다시 물에 빠졌다. 양용은은 여섯 번째 샷 만에 온 그린에 성공했다.
심리적 부담 탓인지 퍼팅도 좋지 못했다. 12m 남은 거리에서 첫 퍼팅을 1.5m 거리에 붙였으나 두 번째 퍼팅은 홀을 살짝 비켜갔다. 가까스로 스리 퍼트로 홀 아웃했다. 결국 이 한 홀에서만 6온 3퍼트로 5타를 잃었다.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던 양용은은 14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해 전반에만 8타를 잃어 버렸다. 양용은은 이날 버디 2개에 퀸튜플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보기 4개 등으로 9오버파 79타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출전 선수 144명 중 공동 139위로 타이틀 방어는커녕 컷오프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은 2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랐고 위창수(38·테일러메이드)는 2오버파 72타로 공동 58위에 그쳤다. 네이선 그린과 마이클 코넬(이상 미국)이 5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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