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수원 블루윙스의 ‘블루랄라’ 팬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잠시 뛰었던 미국 LA 갤럭시 시절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미국에서 비인기 종목 축구가 살아남는 비결은 팬 서비스란다. 갤럭시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가두 행진까지 하며 팬들에게 다가간다. 방문이든 안방이든 경기를 앞둔 며칠간 각종 행사에 참여해 팬들에게 “경기가 있으니 꼭 와주세요”라고 호소한다. 미국에서 축구가 야구, 미식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인기 종목 틈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다.

K리그의 명문 수원 삼성은 올해 ‘블루랄라’ 캠페인을 시작했다. 수원 삼성 블루윙스란 팀명에서 따온 블루와 흥겨움을 주는 의성어 룰루랄라를 조합한 신조어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단과 팬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찾아가는 팬 서비스를 하겠다는 게 요지다.

수원이 내놓은 실행 원칙 4가지 중 새로운 개념의 축구 인프라를 만들어가겠다는 게 눈길을 끈다. 어린이 놀이터, 여성 파우더룸, 그라운드 바로 옆 테마 좌석 등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스타 선수들을 동원한 다양한 팬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사실 수원의 블루랄라 캠페인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포항 스틸러스는 ‘5분 이상 더 뛰겠다’ ‘깨끗한 매너를 지키겠다’ 등 스틸러스웨이를 만들어 수년 전부터 그라운드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신생팀 강원 FC도 지난해 ‘파울을 하지 않겠다’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등 원칙을 내세워 져도 즐겁게 지는 축구로 창단 첫해 도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수원의 블루랄라 캠페인이 주는 의미는 크다. 수원은 수년간 관중 동원 1위를 지킨 인기 구단이다. 2008년 K리그 우승, 지난해 FA(축구협회)컵 정상 등 한국 축구의 선두주자였다. 그동안 팬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해왔다. 이런 수원이 블루랄라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그동안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팬을 외면해온 K리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등이 바뀌면 전체가 바뀐다. 수원의 블루랄라 캠페인이 K리그 전 구단이 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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