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막을 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최국 캐나다는 기상 때문에 울상을 지었다. ‘눈과 얼음의 축제’란 말이 무색하게 비만 계속 내려 마음을 졸였다.
K리그 강원과 서울의 경기가 열린 7일 강릉종합운동장. 밴쿠버에 내릴 눈이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은 듯했다. 3월 때 아닌 폭설로 그라운드는 ‘녹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었다. 홈팀 강원은 올해 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1월 첫 소집 때부터 폭설로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삽을 들고 눈을 치운 뒤 훈련했다. ‘눈과의 전쟁’은 이후에도 계속 됐다. 오죽하면 구단 관계자가 “눈이 내리지 않게 고사를 지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했을까.
무심한 하늘은 이날 축제가 돼야 할 시즌 개막전에서도 경기 내내 눈을 뿌렸다. 양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신임 사령탑 넬로 빙가다 감독은 “최근 상승세를 타는 공격력이 눈 때문에 지장을 받게 생겼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원 최순호 감독 역시 “그라운드 사정이 저런데 홈 개막전에서 화끈한 골 세례를 펼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전반 양 팀의 공격은 ‘창과 창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경기 전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무뎠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며 공격 흐름이 끊겼다. 득점 없이 전반을 마친 양 팀의 명암은 후반 코너킥 한 방으로 갈렸다. 후반 1분도 되지 않아 서울의 에스테베즈가 올린 코너킥을 아디가 헤딩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았다. 기선을 잡은 서울은 후반 23분과 34분 방승환의 연속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강원은 결정적인 슈팅이 서울 수문장 김용대의 손끝에 잇따라 걸려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서울이 3-0으로 이겨 개막 2연승을 달렸다. 강원은 2연패.
대전에선 경남이 2골을 넣은 루시오의 활약에 힘입어 대전 시티즌을 3-0으로 누르고 1패 뒤 첫 승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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