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후 현 하시마에 있는 미즈노테크닉스. 스포츠 용품업체 미즈노가 일본에 갖고 있는 6개 공장 가운데 하나다. 한쪽 건물 입구에 ‘배트 공방’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배트, 글러브 등 야구용품이 가득 찬 방 한가운데에서 나와 다미오 씨(43·사진)가 작업을 하고 있다. 큰 대패로 쓱쓱 밀더니 크기를 쟀고 작은 대패로 밀다가 다시 크기를 쟀다. 나중에는 끌로 조금씩 다듬고 난 뒤 또 크기를 쟀다. 20여 분 후 배트 하나가 완성됐다.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 만든 게 스즈키 이치로 선수의 배트입니다. 이승엽 선수의 배트도 제가 만듭니다.”
1985년 미즈노에 입사한 나와 씨는 18년째 배트를 만들고 있다. 그는 미즈노가 보유한 야구 배트 장인 5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치로는 일본에서 뛸 때부터 구보타 이소카즈 씨(67)가 만든 미즈노 배트를 사용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명인’ 공인을 받은 구보타 씨는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매년 100자루가 넘는 배트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고령 탓에 지난해부터 나와 씨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나와 씨는 ‘명인 구보타’의 후계자인 셈.
“하루에 30개 정도를 수작업으로 만듭니다. 공구부터 우리만의 노하우가 깃든 자체 제작품이죠. 무엇보다 선수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미즈노에서는 ‘이승엽 모델’ ‘이치로 모델’ 등의 이름이 붙은 배트도 만든다. 이런 것들은 공장에서 찍어낸다. 컴퓨터에 수치를 입력하면 이치로의 것과 똑같은 모양의 제품이 대량 생산된다.
“모양은 같지만 품질이 달라요. 손으로 만드는 제품은 시중에 파는 게 아닙니다. 최고의 원목에 일반 제품보다 두 배 이상 건조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재료부터 다르죠.”
이 회사는 1906년 창립 때부터 100년 넘게 야구 배트를 만들어왔다. 일본 내 야구용품 시장 점유율은 약 40%. ‘배트 명인’을 꿈꾸는 나와 씨에게 ‘명품 배트’의 조건을 물었다.
“먼저 선수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게 바로 기술이죠. 선수들이 만족하면 그게 명품 배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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