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이후 한국축구를 이끌어 온 박지성이 최근 맨유의 캐링턴 훈련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국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진출과 소속 팀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가 박지성이 가슴 속에 품은 절실한 목표다.
역사에 길이 남을 뭔가를 이루겠다는 각오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단지 우리가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 있다면, 개인적인 성취는 전혀 생각하지 않겠다. 딱 한 가지 바람이 있는데 그것은 팀과 잉글랜드 축구에 영원히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리그 4연속 우승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기자가 묻자 “해보지도 않고, 피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 언리미티드스포츠의 션 잉글 편집장은 “한국에서는 맨유가 있어 박지성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박지성이 있기에 맨유가 계속 기억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맨유와 박지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론 다소 줄어든 출전 기회와 맨유의 치열한 주전 경쟁과 맞물린 최근 상황 때문에 얼마 전까지 ‘박지성 위기론’이 불거졌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작년에는 부상이 없어서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두 시즌 전과 비교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많지 않았다.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앞으로도 많은 경기가 남았다.”
박지성은 자신을 따라 유럽에 진출한 후배들이 유난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들의 활약상을 멀리서나마 전해들을 때마다 흐뭇해진단다. 단, 프랑스에서 뛰는 박주영(AS모나코)과 스코틀랜드에 있는 기성용(셀틱FC)의 경기가 중계되지 않아 거의 보지 못한다는 점을 유일한 아쉬움으로 꼽았다.
박지성은 국내파와 해외파의 가장 큰 차이로 꼽히는 ‘경험’이란 측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보력이다. 대표팀에 뽑힌 이상 실력 자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다만 쟁쟁한 상대들과 겨루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게 되고, 좋든 싫든 대처법을 익히게 돼 관련 내용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박지성이 있기에 한국축구는 든든하다. 맨체스터(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