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을 2위로…‘사서 한 고생’ 결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정규시즌 2위하고도 프로농구 감독상 받은 KT 전창진


■ 선수들 마음 움직인 전 감독의 비법은?
패배의식 젖은 선수들에 “할 수 있다” 자신감
틈만 나면 기자들 앞에서 선수들 치켜세우기
수시로 문자메시지 보내 격의없는 소통 시도
KT 전창진 감독(47)이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기자단 투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정규시즌 1위 사령탑이 아닌 감독이 이 상을 받기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두 번째다. 1999∼2000시즌 4위를 한 TG삼보 최종규 감독이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전 감독은 그 밑에서 코치였다.

전 감독은 정규시즌 2연패에 성공한 ‘38년 지기’ 유재학 모비스 감독(47)을 제치고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 사령탑이던 그는 이번 시즌 KT 지휘봉을 잡았다. KT는 지난 시즌 꼴찌 KTF가 이름을 바꾼 팀. 좋은 선수들 데리고 편하게 농구할 수 있는 동부를 떠나 꼴찌 팀으로 간다니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KT를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위에 올려놨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다. 그가 받은 감독상은 ‘사서 한 고생’에 대한 평가이자 대가다.

이번 시즌 KT는 외국인 선수 2명이 바뀐 것 말고는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다. 전 감독은 선수들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감독이 원하는 대로 선수들이 움직이게 하려면 선수들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 방법을 내가 좀 안다”는 게 그가 스스로 밝힌 노하우다.

전 감독은 KT 지휘봉을 잡자마자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틈만 나면 기자들 앞에서 선수 칭찬을 했다. 언론의 관심이 자신에게만 쏠리자 그는 “농구는 선수들이 하는데 왜 자꾸 나한테 관심을 갖느냐. 이렇게 열심히 뛰는 선수들 데리고 하면 누가 감독이라도 잘할 것”이라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그는 문자메시지도 수시로 보낼 만큼 선수들과 격 없이 지낸다. 이런 스타일에 대해 강동희 동부 감독(44)은 “감독이 그 정도까지 하는데 열심히 안 하면 그 선수는 나쁜 놈”이라고 했다.

전 감독은 이어 열린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도 여전했다. 그는 “정규시즌 1위 경험이 한 번도 없는 팀에 1위의 감격을 맛보게 해 주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돼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팀 감독들로부터 “저쯤 되면 병이다”는 듯한 눈빛들이 쏟아졌다. 4강에 직행한 전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 번 선수들을 위한 감동 선사에 도전한다. 전 감독은 역대 사령탑 중 포스트시즌 승률(0.653)이 가장 높은 감독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동영상 = 전창진 감독, 꼴찌팀을 2위로…‘사서 한 고생’ 결실

▼PO진출 6개 팀 사령탑 말말말▼

▽모비스 유재학=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도 4강에서 탈락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체력이 회복돼야 우리가 생각하는 농구를 할 수 있다. 내일부터 강원 양양으로 며칠 동안 단체휴가를 떠난다.

▽KT 전창진=4강전에서 전주(KCC 연고지)로 가는 건 좀 멀고 서울(삼성 연고지)은 좋긴 좋은데 안준호 감독의 고사성어가 듣기 싫고 진퇴양난이다.

▽KCC 허재=안준호 감독께서 평소 잘 쓰는 사자성어를 안 쓰시는 걸 보니 약간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 부상 중인 하승진은 오늘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LG 강을준=몇년째 계속된 플레이오프 초반 탈락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한다.(6강전에서 맞붙는) 동부 강동희 감독과 같은 강씨끼리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동부 강동희=초임 감독으로 많이 배운 한 해였다. 선두 싸움을 하다 뒷심 부족을 드러내 아쉽다. 5차전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팀플레이에 주력하겠다.

▽삼성 안준호=시즌 전 (우승 후보라는) 예상을 뒤엎고 6위가 됐다. 8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라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게 우리의 강점이다.


▲ 동영상 = KCC 허재 감독, “우승할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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