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수들은 쉽게 드나드는 운동장 출입구를 그는 고개를 숙여서 통과했다. 그가 팔을 쭉 뻗어 올리자 동료 선수들은 껑충 뛰어오르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넥센과 두산의 시범경기가 열린 9일 목동구장. 한국 프로야구 최장신 투수인 두산 신인 장민익(19)의 공식 경기 첫 선발 등판은 특별했다. 그의 키는 207cm로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03승을 거둔 투수 랜디 존슨(208cm)과 비슷하다. 별명도 ‘랜디 민익’이다. 그동안 둘은 큰 키와 왼손 투수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별로 없었다. 존슨은 시속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던졌지만 장민익은 순천효천고 3학년 때인 지난해 직구 시속이 130km대 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에 비해 10kg 정도 살을 찌워 몸무게가 100kg이 된 장민익은 이날 ‘한국판 랜디 존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1회초 황재균 타석 때 전광판에는 148km가 찍혔다. 2회 이숭용 타석 때는 150km를 찍었다. 넥센 전력분석팀의 스피드건에는 최고 구속이 145km였지만 불과 1년 만에 스피드가 크게 향상됐다.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변화구도 적절히 구사했고, 흔들렸던 제구도 많이 좋아졌다.
2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던 장민익은 3회 첫 실점을 한 데 이어 4회 강정호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는 등 4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고 3실점했지만 양 팀 사령탑은 후한 평가를 내렸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완벽한 것보다 시범경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한 게 더 낫다. 가능성 있는 내용을 보였고 괜찮았다”고 말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도 “2, 3년 후면 두산 선발의 한 축을 맡을 정도로 좋은 투수”라고 말했다. 장민익은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싶다. 다음 등판 때는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경기에선 넥센이 6-2로 승리했다. LG는 ‘작은 이병규’의 결승타에 힘입어 SK에 3-1로 승리했고, 롯데는 삼성을 5-3으로 꺾었다. KIA는 한화에 9-3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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