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목동구장. 중년의 신사가 훈련 중인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특히, 수비 훈련에 열중이던 강정호(23·넥센)에게로 향했다.
“우리 아들이요, 광주일고 시절에는요. 투수도 하고, 포수도 하고…. 만능이었지.” 자식 자랑에 여념이 없던 아버지는 “오늘 아들에게 선물을 주러 왔다”고 했다.
강정호의 아버지 강성수 씨는 아침 일찍부터 아들에게 줄 새 차를 직접 몰고 왔다. 벤츠 쿠페시리즈. 아버지는 “아들이 워낙 검소하지만,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이니까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좋은 차를 사주고 싶었다. 아버지 마음으로 헤아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굳이 차를 직접 가지고 온 이유는 뭘까. 9일 목동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만난 강정호는 “사실, 최근 고향 광주에 갔다가 차를 가져오려고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부착되지 않아 중도포기하고 말았다는 것. 아직 서울 지리가 낯선 강정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내비게이션까지 설치해 광주에서 목동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다.
강정호는 “차야 워낙 잘 나가지만, (아버지 의도대로) 제한속도를 절대 넘지 않을 정도로 안전운전만 하고 있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