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메달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빨리 없애야 합니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육상경기연맹 마라톤기술위원인 김철언 씨(46·사진)가 진단한 한국 마라톤의 문제점은 이렇다. NHK 등 유명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해설가로 활동하며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해설을 위한 정보 수집차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를 10일 만났다.
“한국은 선수층이 얇고 뛸 대회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에 더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고 손기정 선생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챔피언 황영조를 배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게 선수들을 주눅 들게 합니다.”
마라톤에서 1분을 당기기도 힘든데 우승을 하라면 기가 질린다는 말이다. 남자의 경우 2시간 5분대, 여자의 경우 2시간 20분대는 달려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 남자 최고기록이 2시간7분20초(이봉주)이고, 여자 최고기록이 2시간26분12초(권은주)인 한국의 현실상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록 단축이나 6위권에 입상만 해도 잘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선수들이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바꾸고 선수층을 넓히는 한편 누구나 달릴 수 있는 구간마라톤 대회를 많이 만들면 다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1992년 제63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11분48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6위를 하기도 했다. 와세다대를 졸업한 그는 은퇴한 뒤 리쿠르트 여자팀을 맡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마라톤 은메달리스트이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아리모리 유코를 키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