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기존크기에서 위아래 변화 없이 양쪽으로 공 반개씩이다. 공인구의 크기가 직경 7.23cm 이내이기 때문에 한 쪽에 3.61cm정도 늘어난 셈이다.
성인남자 가운데 손가락의 반도 안 되는 길이. 고작 몇 cm 때문에 뭘 그렇게 유난을 떨까 싶다. 그러나 “타격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의 말처럼 시속 140km가 넘는 공을 상대해야하는 타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지난해 홈런(36개)과 타점(127점) 1위로 MVP에 오른 KIA 김상현(30)은 상대팀의 집중적인 견제에 달라진 스트라이크존까지 동시에 큰 산을 넘어야한다.
당연히 ‘과연 지난해같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집중적인 견제는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여기에 스프링캠프에서 당한 무릎부상까지 겹쳐 바뀐 룰에 적응해야 하는 시범경기 초반 결장해야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11일 넥센전을 시작으로 4게임에서 12타수 4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333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장타율이 무려 0.833에 이를 정도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아직 시범경기지만 ‘해결사’라는 별명답게 중요한 고비에서 꼭 필요한 타점과 안타를 기록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김상현은 12일 넥센전에서 번사이드를 무너뜨리는 장외 홈런, 14일 롯데전에서는 1-1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펜스를 강타하는 3루타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상현이 밝힌 발빠른 스트라이크존 적응비결은 ‘실투 저격수’로의 변신이다.
김상현은 “스트라이크존도 넓어졌고 집중적인 견제도 예상된다. 하지만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타석에 선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4년간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넥센 김시진 감독은 “10개 중 7개를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으면 특급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선발투수가 100개를 던진다면 30개는 넓은 의미에서 실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현도 이 점을 철저히 파고든다는 각오다. 김상현은 “개인 목표보다는 앞 타석 (최)희섭이 형을 믿고 꼭 필요한 순간 한 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타자가 되고 싶다”며 올 시즌 변함없는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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