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서는 무엇보다 경기의 흐름이 중요하다. 야구에서는 홈런이나 결정적인 실책에 따라 갑자기 분위기가 뒤바뀐다. 농구는 의외의 장거리포가 그런 역할을 한다. 평소 벤치를 지키거나 주목받지 못하던 후보 선수가 3점포를 펑펑 터뜨린다면 승리는 그만큼 가까워진다. LG를 3연승으로 제치고 4강에 오른 동부 강동희 감독은 “누군가 갑자기 미쳐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 식스맨 진경석과 손준영은 고비마다 폭발적인 외곽슛으로 강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1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는 삼성 포워드 김동욱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김동욱은 6점 뒤진 3쿼터 막판 3점슛을 터뜨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58-58 동점이던 4쿼터 22초 만에 코트 정면에서 다시 3점슛을 꽂았다. 경기 시작 후 줄곧 끌려가던 삼성이 처음으로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김동욱은 12점 차로 앞선 종료 1분 28초 전 다시 3점슛을 터뜨려 KCC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1, 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은 92-84로 이겨 뒤늦게 첫 승을 거두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4차전은 17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5분 47초만 뛰고도 11점을 넣은 김동욱은 “팀이 어려울 때 뭐라도 하고 싶었다.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홈에서 결코 무너질 수 없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꺼져 가던 불씨를 살렸다. 선수들이 내외곽에서 고르게 조화를 이뤘다. 4차전에서도 홈팬 앞에서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이 공격의 물꼬를 튼 삼성은 KCC와의 1, 2차전에서 평균 10득점에 머문 빅터 토마스가 28점을 넣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삼성 이규섭은 18득점. 삼성 강혁은 11득점 중 4쿼터에만 9점을 집중시켰다. 삼성의 귀화 혼혈 선수 이승준도 부진에서 벗어나 15득점, 9리바운드로 자존심을 되찾았다.
KCC는 부상 중인 하승진이 아예 체육관에도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전태풍이 25점을 넣으며 분전했다. 하승진의 대타로 나선 강은식은 14득점, 9리바운드로 빈자리를 메웠다. 그러나 임재현이 2점에 묶인 KCC는 3쿼터부터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10점 이상 달아나지 못한 게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KCC 허재 감독은 “후반 들어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 흥분한 외국인선수들도 자제력을 잃고 제 몫을 못했다. 4차전에서 꼭 결판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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