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5일째인 16일 목동구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하루 5경기가 열렸다. 14일 끝내지 못한 세광고와 인창고의 서스펜디드 경기를 시작으로 15일 비로 연기된 4경기가 이날 열렸기 때문. 강력한 우승후보 광주일고와 다크호스로 꼽히는 부산고는 막강 화력으로 5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고 2회전에 진출했다.
○ 세광고, 사흘 만에 승리
세광고와 인창고는 14일 맞붙었으나 2회 인창고의 공격 도중 내린 비로 경기가 중단됐다. 15일에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3일 만에 열린 경기에서 세광고는 선발투수 박건우의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신승했다. 6회 4번 타자 채민식의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고, 9회 2사 만루에서 이의종의 밀어내기 볼넷과 상대 포수의 패스트볼로 추가점을 올렸다.
○ 광주일고, 완벽한 투타 조화
역시 우승후보다웠다. 투수들은 잘 던졌고 타자들은 잘 쳤다. 스카우트들은 입을 모아 “투수진과 타선의 짜임새가 단연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광주일고는 설악고를 맞아 에이스 유창식을 등판시키지 않고도 손쉽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이정호와 박기철 등 수준급 투수들은 설악고 타선을 농락했다. 타석에서는 2번 백세웅이 4타수 3안타 3타점, 3번 허일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4번 김요셉은 10-0으로 앞선 5회초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쐐기 2점 홈런을 치는 등 혼자 4타점을 올렸다.
○ 대전고 황인준, 야구인 2세답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버지를 닮았다. 예전 LG와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황대연 전 대전고 감독의 아들 황인준이 중앙 무대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황인준은 포철공고 타선을 상대로 7과 3분의 2이닝 동안 2안타와 4사구 6개만 내주며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늦은 나이인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지만 최고 시속 142km의 빠른 직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선보였다. ○ 부산고, 무서운 저학년들
부산고는 팀의 주축이 1, 2학년이라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하지만 겁 없는 1, 2학년들은 전주고를 상대로 5이닝 동안 장단 10안타를 터뜨리며 14점을 뽑아내는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였다.
2학년인 톱타자 박종규와 4번 제용진, 5번 도태훈이 2안타씩을 쳤고, 1학년인 정현은 3안타에 4타점을 쓸어 담았다. 김민호 부산고 감독은 정현에 대해 “지금처럼 성장해 준다면 예전 이종범(KIA)처럼 공수를 겸비한 대형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군산상고, 실책 틈타 대량 득점
군산상고의 득점은 대부분 인천고 야수들의 실책에서 비롯됐다. 1-0으로 앞선 1회초 1사 1, 2루에서 더블스틸 시도 때 포수 악송구로 추가점을 냈고, 곧이어 김선영의 희생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3회에는 유격수 윤대경의 악송구와 1루수 범성빈의 포구 실수를 발판 삼아 4점을 보태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군산상고 선발투수 이준영은 8이닝 3실점(2자책)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오늘의 스타 광주일고 4번 타자 김요셉
투런 홈런 등 4타점… ‘4번’ 이름값
‘광주일고 4번 타자’. 고교야구가 인기를 누리던 과거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였다. 물론 지금도 다른 고교 선수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만큼 단골 우승후보 광주일고의 최고 타자는 특별하다.
광주일고 3학년 김요셉(사진)은 올해부터 4번 타자를 맡았다. 지난해 6번 타자로 나서며 지역 대회 타격상을 받은 그가 올해는 공격 중심에 선 것이다.
전국대회 첫 경기라 긴장해서일까. 그는 설악고와의 1회전 첫 타석에선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내 몸이 풀렸고 두 번째 타석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그리고 5회 네 번째 타석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 3호 홈런(그라운드 홈런 1개 포함)이었다. 그는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마침 직구가 가운데로 높게 와서 정석대로 잡아당겼다”고 말했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김요셉은 혹독한 겨울훈련을 견뎌내며 어깨가 빨리 열리는 문제점을 고치는 데 애썼다. 밀어치는 연습도 많이 했다. 그가 닮고 싶은 선수는 두산 김현수. 김요셉은 “김현수 선배처럼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팀의 4번 타자지만 거포보다는 정교한 타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광주일고는 지난해에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첫 경기에서 경남고에 일격을 당했다. 올해는 기필코 우승컵을 안겠다는 각오다. 4번 타자 김요셉의 목표는 우승과 타격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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