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첫우승 추억… 1997년 최초 흑인챔프에 통제된 환경… 극 성팬 간섭없어 경기 집중 코스도 선호… 오거 스타GC서 4차례 우승
1997년 4월 14일 타이거 우즈(35·미국)가 골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대회가 열린 미국 동남부 조지아 주는 남북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군의 심장부였다. 대회 장소인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1990년에야 흑인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랬기에 사상 첫 흑인 챔피언에 등극하며 그린재킷을 입은 우즈의 우승은 인종 차별을 넘어선 상징적인 사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우즈는 역대 최저타(270타), 최연소 우승(만 21세) 등 갖가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스캔들 이후 처음 포착된 우즈 부부 섹스 스캔들 이후 처음으로 포착된 타이거 우즈(오른쪽)-엘린
노르데그렌 부부의 모습. 영국 데일리메일 17일자에 실린 두 사람의 심각한 표정은 다정했던 시절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데일리메일 사이트 캡처 잊지 못할 추억이 서려 있는 마스터스를 복귀 무대로 선언한 우즈의 16일 결정은 어쩌면 예정된 시나리오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즈는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터스는 내가 처음으로 우승한 메이저 대회이며 존경의 대상이다. 나는 오거스타에서 시즌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즈는 지난해 11월 심야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끝 모를 섹스 스캔들과 재활 치료 등에 따른 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4월 8일 개막하는 마스터스에서 복귀하게 됐다. 이에 맞춰 영국의 일간 데일리메일은 17일 우즈가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과 미국 윈더미어의 자택 근처를 나란히 산책하는 사진을 실었다. 이들 부부가 함께 있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성 추문이 불거진 뒤 처음이다.
우즈가 마스터스를 선택한 이유는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즈는 이미 네 차례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우즈는 또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14승을 거두며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승 기록(18승)을 쫓고 있다. 마스터스에서 대기록을 향한 도전을 재개한다는 명분론도 그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우즈가 마스터스를 복귀 무대로 선택한 것은 명예 회복을 위한 최적의 무대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우즈는 무릎 수술로 10주를 쉬고 출전한 2008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은 적도 있다. 부친의 사망으로 6주를 결장한 뒤 복귀한 2006년 US오픈에서는 메이저 대회 첫 예선 탈락의 수모를 안았지만 오히려 동정론에 휩싸였다.
마스터스는 취재가 까다롭고 관전도 쉽지 않다. 해마다 12월 말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과한 언론사만 취재할 수 있다. 갤러리 입장권은 대략 4만 명에 이르는 후원자에게 이미 나눠준 상태. 일반인이 경기를 보려면 암표를 구해야 하는데 5000달러(약 565만 원)를 웃돌기도 한다. 우즈는 극성스러운 언론과 팬들의 성화에서 벗어나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우즈의 복귀는 그의 부재로 신음하던 골프 산업 전반에도 대형 호재다. 우즈의 성추문은 그를 후원하는 기업에 적어도 120억 달러의 손실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팀 핀첨 커미셔너는 “우즈의 출전 소식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2008년 마스터스 챔피언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은 “최고의 선수가 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불행한 경우다. 투어와 스폰서들에도 잘된 일”이라고 반겼다.
AP통신은 이번 마스터스가 기록적인 TV 시청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고 시청률은 우즈가 첫 우승한 1997년의 14.1%였다. 대회 1, 2라운드 중계를 맡은 ESPN 관계자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즈는 벌써부터 도박업체로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윌리엄 힐은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배당률을 4 대 1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래드브록스는 3 대 1로 예상했다. 우즈의 가세로 썰렁하던 필드에 당장 봄이라도 찾아온 듯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