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는 ‘중국 대표팀’이란 별명을 가졌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cm)에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200cm)와 아이반 존슨(200cm)을 앞세운 높이가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CC는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이런 장점을 전혀 발휘할 수 없었다. 하승진은 부상으로 3경기 연속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KCC는 레더가 2쿼터 중반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아 퇴장 당했다. 하승진의 대타로 깜짝 활약을 펼치던 강은식마저 4쿼터 초반 5반칙으로 물러났다.
골밑에서 구멍이 뚫렸어도 KCC에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였다. 강병현과 임재현이 스피드를 앞세워 공격을 이끈 데다 존슨이 괴력을 떨치면서 오히려 전세를 뒤집어 99-86으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 챔피언 KCC는 3승 1패로 3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정규시즌 2위 KT와 맞붙는다.
경기 전 KCC 허재 감독은 “오늘은 병현이가 뭔가 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3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강병현은 25득점(3점슛 3개)으로 허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승진과 레더의 빈 자리를 홀로 지킨 존슨은 38점을 퍼부으며 12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178cm의 KCC 단신 가드 전태풍은 16득점 7어시스트.
허재 감독은 “3쿼터부터 빠른 공격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꾼 게 승인이다. KT의 뛰는 농구에 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반을 6점 차로 뒤졌으나 3쿼터를 74-66으로 끝낸 KCC는 4쿼터 초반 삼성에 7점을 내리 빼앗겨 1점 차로 바짝 쫓겼다. 접전을 펼친 KCC는 존슨이 점프슛과 3점슛 등을 묶어 연속 7점을 몰아넣어 종료 1분 52초 전 93-84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실점을 80점대로 묶어야 이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90점을 넘긴 실점에 후반에 집중된 11개의 실책은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이승준이 34점을 넣었을 뿐 이정석(2득점) 이상민(무득점) 강혁(7득점) 등 명품이라던 가드진의 부진도 아쉬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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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20:42:14
삼성은 이상민을 포기해야 정상의 팀으로 올라갈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