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19일 목동구장에서 계속된 제6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상원고와 서울고, 장충고, 휘문고가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상원고와 공주고의 경기에서는 삼진 2개와 땅볼 아웃 2개, 뜬공 아웃 1개가 나오고서야 1이닝이 끝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상원고 선발 투수 조무근은 1회 2사 3루에서 4번 타자 우상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이 공을 포수가 뒤로 빠뜨리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됐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은 기록상으로는 삼진이지만 경기는 인플레이가 된다. 3루 주자는 홈을 밟았고, 우상필은 1루에서 세이프됐다. 5번 타자 임도경 타석 때 또다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4사구 2개와 2루타 1개로 3점을 더 내준 조무근은 9번 타자 육연호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에야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4실점 모두 비자책. 조무근은 이후 7회까지 추가점을 주지 않았고, 팀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서울고와 장충고는 각각 부산공고와 원주고의 패기에 밀려 고전 끝에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서울고는 5회 초까지 1-3으로 뒤지다가 5회 말 2사 1, 2루에서 터진 김승훈의 3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6회 타자일순하며 5점을 더해 결국 8-4로 승리했다. 장충고 역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원주고에 선취점을 내주는 등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다가 6회 이후 4점을 내며 7-2로 승리했다. 장충고는 이날 투수 3인방인 정다흰과 최우석, 에이스 윤영삼까지 모두 동원해야 했다. 원주고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한 1학년 왼손 투수 함덕주는 7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휘문고는 선발 투수 박성민의 호투와 찬스마다 터진 타선에 힘입어 중앙고를 5-1로 꺾었다. 왼손 투수 박성민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 투수가 됐다. 휘문고는 1-0으로 앞선 3회 박태원, 박휘연, 박민우의 연속 3안타와 조용성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3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오늘의 스타 / 장충고 7번 타자 정도원 ▼ 시원한 장타 두 방… “감 잡았어”
장충고 3학년 오른손 타자 정도원(사진)은 2학년 때부터 3, 4, 5번을 친 팀의 중심 타자였다. 185cm, 87kg의 당당한 체격에 정교함까지 갖춰 될성부른 나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7번으로 밀렸다. 이달 초 열린 서울시 춘계리그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부담을 떨치고 편하게 경기를 하라는 감독의 배려였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정도원은 19일 원주고와의 2회전에서 장타 두 방으로 잃었던 타격감을 되찾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오른쪽 담장까지 굴러가는 3루타로 이번 대회 자신의 첫 안타를 쳤고 6회에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의 활약으로 모처럼 장충고 유영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정도원은 “욕심을 버리고 맞히는 데 집중한 것이 도움이 됐다. 오늘 안타 2개로 자신감과 타격감을 한꺼번에 되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