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어도…의족 차고…화상 딛고… 마라톤 천사들의 희망 레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1일 19시 17분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 81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모인 2만3000여 명의 참가자가 오전 8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맞춰 도심을 가로지르며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 81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모인 2만3000여 명의 참가자가 오전 8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맞춰 도심을 가로지르며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1일. 하루전 사상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지만 이날 오전에는 모두 걷혀 화창한 날씨였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2만3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오전 8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맞춰 일제히 서울 도심을 가로질렀다. 양팔이 없지만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 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를 7번 기록한 김황태 씨(33)는 "황사 때문에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져 다행"이라며 "마라톤에 처음 입문하게 해준 동아마라톤에 참가해 다시 달릴 수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꼴찌

대회 시작 서울 광화문 광장은 참가자들로 가득차 장관을 이뤘다. 올해부터 서울국제마라톤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최고 등급 마라톤 대회인 '골드라벨 대회'로 승격됐기 때문인지 외국인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마라토너는 마스터스참가자가 32개국 690여명, 엘리트 선수가 12개국 33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클 쿤 씨(44·미국)는 "서울 도심을 달리는 것이 즐겁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다카코 데츠유키(49) 씨는 "동아마라톤대회는 일본에서도 유명하다"며 "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에서 20일에 입국했다"고 말했다.

올해 동아마라톤의 '꼴찌'는 2000년 신체 절반 이상에 3도 화상을 입은 뒤 40번의 수술을 딛고 일어선 이지선 씨(32·여) 등 푸르메재단의 '희망천사'들이 차지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등 250명의 푸르메 희망천사는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후원금을 기부하는 후원자들의 이름과 소원을 등에 붙이고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 씨는 이번 마라톤을 계기로 재단 후원자가 된 100명의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고 6시간 47분 만에 완주했다. 그는 "후원자 100명이 밀어주는 것 같았다"며 "마라톤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발선에서 "행복하게! (뛸 거예요)" 라고 외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28)도 이 씨와 함께 달렸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씨 옆에서 함께 달리며 완주했다.

●참가자 면면도 '각양각색'

이날 대회에는 사회 각계각층의 마라토너들이 참석했다.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51)은 "그동안 3번의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운동량이 부족하지만 이번엔 꼭 성공하겠다"고 한 뒤 5시간 10분에 완주했다.

15㎞코스를 완주한 김우정 씨(35·직장인)는 '2022'를 수놓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마라톤은 처음 도전했지만 조깅으로 몸을 단련해 많이 힘들지 않았다"며 "2022년 월드컵의 한국 유치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달렸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온 재미동포 사업가 이연우 씨(57)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을 85회로 이어갔다. 1996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세계 34개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이 씨는 4시간 40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는 "50개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모두 출전해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애인 참가자들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혈관이 막혀 팔다리가 썩는 희귀병인 '버거씨병'을 앓아 왼쪽 다리를 절단한 박영길 씨(46·회사원)도 마라톤 풀코스를 4번째 완주했다. 오른쪽 다리에도 병세가 진행 중인 박 씨는 이날 의족을 차고 경기에 출전해 6시간 33분 만에 결승점에 들어왔다. 그는 "오늘은 딱 10번만 쉬고 완주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는 달리는 사랑 실천할 때

국내 마라톤 유망주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 앞장섰던 동아마라톤은 2007년부터 나눔 마라톤 사업 '42.195는 사랑입니다'를 시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길잡이)'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동아마라톤을 통해 유치한 후원금으로 첫 해에는 케냐의 마라톤 꿈나무 3명을 초청했다. 아프리카 식수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어린이 교육사업을 도왔다. 2008년부터는 아프리카 현지 아이들의 체계적인 마라톤 교육을 목표로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마라톤 꿈나무 70명을 선발해 지원하는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는 동아마라톤 홈페이지(marathon.donga.com)나 월드비전(02-784-2004)을 통해 후원할 수 있다.

<특별취재반>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 힘찬 출발



▲ 동영상 = 우승자 테이멧 12만5천달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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