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어도… 의족 차고… 화상 딛고… 마라톤천사들 희망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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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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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400명 참가 등외국인 늘어 ‘골드라벨’ 빛내전신절반 화상 이지선 씨6시간47분 아름다운 꼴찌

전날 서울 하늘을 뒤덮었던 황사는 온데간데없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2만3000여 마스터스 참가자들의 표정도 푸른 하늘처럼 밝기만 했다. 출발 총성과 동시에 힘차게 뛰어나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특별취재반
전날 서울 하늘을 뒤덮었던 황사는 온데간데없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2만3000여 마스터스 참가자들의 표정도 푸른 하늘처럼 밝기만 했다. 출발 총성과 동시에 힘차게 뛰어나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특별취재반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1일. 하루 전 사상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지만 이날 오전에는 모두 걷혀 화창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참가자 2만3000여 명은 오전 8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맞춰 일제히 서울 도심을 가로질렀다. 양팔이 없지만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를 일곱 번 기록한 김황태 씨(33)는 “황사 때문에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져 다행”이라며 “마라톤에 입문하게 해준 동아마라톤에서 다시 달릴 수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 아름다운 꼴찌

광화문광장은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장관을 이뤘다. 올해부터 서울국제마라톤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최고 등급 마라톤 대회인 ‘골드라벨 대회’로 승격돼서인지 일본인 400여 명을 비롯해 외국인 참가자들이 예전 대회 때보다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마라토너는 엘리트 선수가 12개국 33명, 마스터스 참가자가 32개국 690여 명이었다.

지난해에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뛰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클 쿤 씨(44·미국)는 “서울 도심을 달리는 것이 즐겁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데쓰유키 다카코 씨(38)는 “동아마라톤대회는 일본에서도 유명하다”며 “이 마라톤에 참가하려고 일본 오사카에서 20일에 왔다”고 말했다.

‘푸르메나눔재단’ 6명 등 장애인 20여 명도 참석해 마라톤을 즐긴 가운데 올해 동아마라톤의 ‘꼴찌’는 2000년 몸의 절반 이상에 3도 화상을 입은 뒤 40차례 수술을 딛고 일어선 이지선 씨(32·여) 등 푸르메재단의 ‘희망천사’들이 차지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등 푸르메 희망천사 250명은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후원자들의 이름과 소원을 등에 붙이고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 씨는 이번 마라톤을 계기로 재단 후원자가 된 100명의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고 6시간47분 만에 완주했다. 그는 “후원자 100명이 밀어주는 것 같았다”며 “마라톤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출발선에서 “행복하게! (뛸 거예요)”라고 외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28)도 이 씨와 함께 달렸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씨 옆에서 함께 달리며 완주했다.

○ 참가자 면면도 ‘각양각색’

사회 각계각층의 마라토너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51)은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한 뒤 5시간10분 만에 완주했다.

15km 코스를 완주한 김우정 씨(35·직장인)는 ‘2022’를 수놓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마라톤에는 처음 도전했지만 조깅으로 몸을 단련해 많이 힘들지 않았다”며 “2022년 월드컵의 한국 유치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달렸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온 재미동포 사업가 이연우 씨(57)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을 85회로 이어갔다. 1998년 마라톤을 시작해 세계 34개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이 씨는 4시간40분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는 “50개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모두 출전해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애인 참가자들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말초 혈관이 막혀 팔다리가 썩는 희귀병인 ‘버거병’을 앓아 왼쪽 다리를 절단한 박영길 씨(46·회사원)는 마라톤 풀코스를 네 번째 완주했다. 오른 다리에도 병세가 진행 중인 박 씨는 이날 의족을 차고 경기에 출전해 6시간33분 만에 결승점에 들어왔다. 그는 “오늘은 딱 열 번만 쉬고 완주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 이제는 달리는 사랑 실천할 때

국내 마라톤 유망주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 앞장섰던 동아마라톤은 2007년부터 나눔 마라톤 사업 ‘42.195는 사랑입니다’를 시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아이들에게 진정한 ‘페이스메이커(길잡이)’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동아마라톤을 통해 유치한 후원금으로 첫해에는 케냐의 마라톤 꿈나무 3명을 초청했다. 아프리카 식수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어린이 교육사업을 도왔다. 2008년부터는 아프리카 현지 아이들의 체계적인 마라톤 교육을 목표로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마라톤 꿈나무 70명을 선발해 지원하는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는 동아마라톤 홈페이지(marathon.donga.com)나 월드비전(02-784-2004)을 통해 후원할 수 있다.

특별취재반

▲동영상 = 서울국제마라톤 국내 첫 ‘골드대회’서 역대 최고기록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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