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공공의 적’이 사라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3월 23일 07시 00분


흥미진진 ‘3無 미디어데이’

‘SK 집중견제’ 없이 다자구도로
감독들 어색함-앓는 소리도 ‘뚝’


예년부터 쭉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느꼈을 것이다. 예년에 비해 3무(3無)로 시종일관 진행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첫째 ‘공공의 적’이 없어졌다. 2005∼2006년엔 삼성, 2007∼2008년엔 SK의 집권이 이어지다보니 타팀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이 팀에게는 지고 싶지 않다’는 단골 질문이 나오면 으레 삼성 혹은 SK가 지목됐었다. 그러나 올해엔 딱히 KIA를 겨냥한 발언이 거의 없었다. 굳이 찾자면 SK에서 “KIA에 빼앗긴 우승을 찾아오겠다”는 정도였다. 적어도 미디어데이를 놓고 보자면 SK를 둘러싼 1:7 판세가 다자구도로 바뀐 정황이 포착된다.

둘째 감독들의 어색함이 사라졌다. 예전엔 정말로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인양 비장감이 넘친 나머지 경직된, 혹은 무성의한 느낌마저 주는 답변이 이어졌다. 특히 삼성 선동열 감독이 그런 원성(?)을 곧잘 들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4강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꼭 집어서 두산 SK 롯데 KIA를 거명하더니 “우승은 두산이 할 것 같다”는 ‘파격’ 발언으로 곁에 앉은 김경문 감독까지 놀라게 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전임 김인식 감독의 입담에 필적했다.

셋째 넥센의 ‘앓는 소리’가 쑥 들어갔다. 예전 미디어데이에서 “우리는 잘해야 된다. 못하면 얼마나 더 깎일지 모른다”던 자조적 발언이 물러가고, 희망과 의욕으로 충만했다. 김시진 감독은 “(넥센 얕봤다간) 큰 코 다칠 것”이라고 싸움닭처럼 대응했다. 주력 선수를 팔았어도 스폰서 유치로 실탄이 넉넉해진 만큼 ‘야구만 잘 하면 대가가 돌아올 것’이라는 동기부여가 형성돼 있다. 덕분에 역대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흥미로운 미디어데이가 될 수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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