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림픽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았던 것일까. 지난달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2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니어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인 7위를 기록했다. 김연아는 기술점수 30.02점, 프로그램 구성점수 30.28점으로 60.30점을 받았다. 2007∼2008시즌 그랑프리 차이나에서 58.32점(3위)을 받은 뒤 두 번째로 낮은 점수다.
김연아는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출발은 좋았다.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에 맞춰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00점)는 완벽하게 뛰어 가산점 1.80점을 챙기며 11.80점을 받았다. 하지만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기본점수 5.50점)에서 착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듯 다운그레이드를 받으며 1.46점에 그쳤다. 이때부터 김연아의 연기는 흔들렸다. 이어 레이백 스핀에서 중심이 흔들리며 돌지 못하고 0점 처리됐다.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뭔가가 스케이트 날에 걸린 듯 진행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며 흔들려 레벨 1을 받으며 1.26점에 그쳤다.
김연아는 경기 뒤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처럼 기본과제를 소화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뗐다. 이어 “스파이럴에서도 왼쪽 다리에 힘이 없어 흔들렸다. 레이백에서는 힘이 넘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대회를 앞두고 “정신이 풀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올림픽을 마친 뒤 경기를 하나 더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였다. 이런 긴장감을 또 느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힘든 일이 있었어도 지금까지 잘 이겨내 왔다. 오늘 일을 빨리 잊고 프리스케이팅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쇼트프로그램 1위는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70.40점을 받은 미국의 피겨 유망주 미라이 나가스에게 돌아갔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 마오(일본)는 68.08점을 받으며 2위를 기록했다.
한편 곽민정(16·군포 수리고)은 47.46점으로 23위를 차지하며 24위까지 주어진 프리스케이팅 진출 자격을 힘겹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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