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번타자 최형우(27·사진)는 정규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늘 다니던 대구의 한 미용실을 찾았다. 안 그래도 짧은 머리를 심기일전의 의미로 더 바짝 치고는 미용사에게 한 가지 주문을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머리 양옆으로 선을 두개씩(=) 파 넣은 헤어스타일이 탄생했다. 언뜻 보면 번개 표시를 빼다 박은 듯한 모양.
이유를 묻자 쑥스러운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재작년 플레이오프랑 작년 시즌 중반에 머리를 이렇게 바꿨더니 성적이 괜찮았다”며 배시시 웃었다. 올해는 30홈런 이상을 쳐보겠다며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의욕을 다진 터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찌감치 머리를 매만진 것이다. 실제로 최형우는 2008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는 고작 10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쳤으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6게임에서는 24타수 7안타(타율 0.292) 1홈런 5타점으로 확 변신했다.
머리에 잔뜩 공을 들이고도 27일 개막전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4타수 무안타. 9회 수비 때는 아예 벤치로 들어앉았다. 다행히 이튿날에는 2타수 1안타 1희생타로 3타점을 올려 중심타자의 체면이 섰다. 첫날 아쉬움이 가득하던 그의 표정도 비로소 환하게 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