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브리아노의 김충일 대표가 자신이 만든 국내 프로농구 우승 반지 13개를 보여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게 우승 반지다. 우승의 징표로 선수가 소장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반지이기 때문.
31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이 끝나면 모비스와 KCC 둘 중 한 팀이 챔피언 반지의 주인이 된다. 30일 ‘꿈의 반지’가 만들어지는 곳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내에 있는 대호 브리아노라는 업체. 이 회사 대표 김충일 씨(49)는 1997년 국내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13번의 우승 반지를 모두 디자인하고 만든 주인공이다. 농구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 스포츠 챔피언 반지는 거의 다 그의 손을 거친다.
프로농구 역대 13개의 우승 반지를 진열장에서 꺼내 보여주는 그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개인적으로는 2007∼2008시즌 동부의 우승 반지가 가장 맘에 들어요. 디자인과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죠. 사실 1990년대에 만든 반지들은 지금 보면 좀 조악해요.”
1990년대 우승 반지는 18K 금 베이스에 붉은색 보석을 가운데 박은 다소 평범한 느낌. 2000년대로 오면 우승 구단 상징 색에 맞춘 보석을 사용하고 그 위에 구단 로고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해 훨씬 화려한 느낌이다.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30대 초반에 귀금속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원래 손재주가 좋았고 기술력만 있으면 경기도 별로 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990년대 중반 한 대학의 졸업반지 주문을 따내기 위해 미국의 유명 제조업체와 경쟁한 것이 우승 반지를 만든 계기가 됐다. “미국 프로스포츠 우승 반지를 만드는 저스틴이라는 회사의 한국지사였는데 그 회사 관계자가 한국엔 아직 우승 반지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하더군요.” 오기가 생긴 그는 미국에서 자료를 모으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반지를 만들어 그해 우승한 프로야구단을 찾았고 결국 주문을 따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대부분의 구단이 김 씨를 찾게 됐다.
“챔피언 반지는 보통 반지를 만드는 것보다 열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국내에선 디자인과 세공은 생각 안 하고 오직 반지 재료로 들어간 금과 보석의 양으로만 가치를 판단해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승 반지는 점점 공예품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이니 희망은 있습니다.”
금 15~20g 들어가… 원가 70만~100만원 ■ 프로농구 우승반지는
14시즌째인 국내 프로농구에서 우승 반지가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 현역 선수는 KCC 추승균이다. 추승균은 1997∼98, 1998∼99시즌 KCC의 전신인 현대 다이냇 소속으로 연속 우승했고 2003∼2004시즌과 지난 시즌 KCC 소속으로 우승해 4개의 우승 반지를 갖고 있다. 지도자로는 KCC 김광 코치가 세 번은 현대와 KCC 프런트 직원으로, 한 번은 KCC 지도자로 4개의 우승 반지를 수집했다.
우승 반지는 선수와 감독, 코치뿐만 아니라 선수단 버스운전사부터 구단주까지 구단 직원들에게 거의 다 돌아간다. 대상은 우승 구단이 정하기 나름. 프로야구단에선 230개까지 맞춘 적이 있고 보통은 50∼60개 맞춘다.
가격은 얼마나 할까. 10년 전만 해도 개당 20만∼30만 원이었지만 금값이 오르고 제조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요즘은 7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 보통 금 15∼20g(4돈∼5돈 반)이 들어가고 다이아몬드가 장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프로 스포츠의 경우 보통 제조 원가만 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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