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종훈(51) 감독은 2군 감독 경험은 많지만 1군 감독은 올해가 첫해다. 2군에서의 양병과 1군에서의 전투는 다르다는 점에서 그가 최근 7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난파선 LG를 어떻게 추스르고 이끌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올해는 내가 팀을 파악할 시기다. 우선 내가 선수에게 맞추면서 내 색깔은 천천히 입힐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즌 초반, 그의 색깔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가 선수들에게 던진 메시지의 첫 번째 화두는 바로 “싸울 준비가 된 자만 선택한다”로 요약된다.
○공격적으로 싸우지 않는 자는 2군행
박종훈 감독은 SK전이 우천으로 취소된 31일 베테랑 좌완투수 류택현(39)을 2군에 내려보냈다. “그렇게 됐다”는 게 류택현에게 전한 설명의 전부. 알고 보니 전날 SK전 7회초 2사 1루서 좌타자 박재상 상대용으로 마운드에 올렸으나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이 빌미가 됐다.
박 감독은 31일 “스트레이트 볼넷은 문제가 있다. 특히나 선수단에 영향이 큰 베테랑 투수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LG 불펜에는 류택현 외에도 오상민과 이상열 등 좌완만 3명. 마운드 구성상 1명이 빠져야하는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올해로 프로 17년째,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투수를 단칼에 2군에 보내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누구든 싸우지 않으면 2군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선수단 전체에 전한 것이었다.
○오지환 이형종에 대한 다른 육성전략도 싸울 수 있는 능력
LG에서 올해 전력에 가세할 만한 새로운 피로 2년생 유격수 오지환과 3년생 우완투수 이형종이 꼽혔다. 그러나 이들의 시즌 출발은 다르다. 오지환은 1군에서 줄곧 유격수로 선발출장하고 있지만 이형종은 2군에서 뛰고 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오지환은 아직 거칠고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마인드나 기술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다. 반면 이형종은 구위는 좋지만 아직은 던지기만 하는 투수다. 2군에서 싸움을 할 수 있는 투수가 돼야 1군에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이형종은 아직 스로워(thrower)일 뿐, 싸울 수 있는 피처(Pitcher)로는 부족하는 뜻이다. 이같은 선택 역시 싸움할 준비가 돼 있느냐의 여부였다.
○적극적인 승부가 LG를 변화한다
박 감독은 “경기를 해보니 김광수가 초구부터 씩씩하게 던지면서 상대타자와 싸우고 있다”면서 흡족해 했다. 신인투수 신정락과 좌완 이상열 역시 선택 기준에 들면서 불펜의 승리 방정식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당장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LG 선수단의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팀이 더 단단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돼온 뿌리깊은 패배의식을 떨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두려움을 없애는 것. 그래서 무엇보다 적극적인 승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피하는 게 아니라 싸워야 이기는 법을 터득할 수 있기 때문.
박 감독은 “최근 2연패했지만 봉중근은 어제 마운드에서 내려가지 않으려하고, 강판 지시를 받았을 때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도 투지가 생기고 있다. 아직은 멀었지만 선수들이 싸울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 희망을 발견했고 패했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