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축구-야구 인기경쟁… 팬들은 즐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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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는 월드컵 해를 맞아 스포츠용품 판매에서 ‘야구가 이길까, 축구가 이길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포츠용품 매출 1, 2위인 두 종목이 월드컵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는 축구가 야구를 압도했지만 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하며 전세는 바뀌었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엔 야구용품이 축구용품의 3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월드컵 특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K리그는 월드컵을 틈타 팬들을 가능하면 많이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겠다며 5분 더 뛰고 5분 더 팬과 만나는 ‘5분 더 프로그램’을 실시해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몰고 가고 있다. 31일 현재 경기당 실제 경기 시간은 58분 15초로 지난해 베스트팀 평균(57분 24초)보다 늘었고 경기당 3골이 터져 지난해 같은 기간(2.4골)보다 많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프로야구는 월드컵의 해이지만 역대 최다인 600만 관중 돌파라는 목표를 세우고 공격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넓혔고 투수 12초 룰도 만들었다.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경기 진행 속도를 높여 팬들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과감하게 추진했다. 시범경기에서 평균 6분 이상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봤고, 시즌 초부터 경기장 만원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스포츠가 이기느냐는 무의미하다. 두 스포츠가 월드컵을 매개로 한층 더 재밌는 스포츠로 탈바꿈해 팬들이 즐거우면 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등 세 차례 호재 때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팬을 잡으려는 연맹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월드컵이란 ‘악재’에도 더 공격적으로 나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더 큰 박수를 받아야 한다. 두 스포츠가 벌이는 선의의 경쟁은 한국 스포츠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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