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미국 플로리다 주 키시미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양손 투수와 양손 타자의 대결이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양키스의 5회말 수비 2사 후 선발 C C 사바시아의 뒤를 이어 지난해까지 싱글A에서 뛰었던 팻 벤디트(24)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몸을 푸는 것부터가 남달랐다. 먼저 오른손으로 4개의 연습 투구를 한 뒤 글러브를 오른손에 끼고 왼손으로 4개의 공을 던졌다. 그의 글러브는 손가락 구멍이 6개인 특수 글러브였다.
벤디트는 양손 투수(스위치피처)였던 것이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상대 투수에 따라 오른쪽이나 왼쪽 타석에 들어서는 양손 타자(스위치히터)는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타자에 따라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사용하는 양손 투수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첫 타자인 오른손 타자 유넬 에스코바르를 상대한 벤디트는 오른손으로 공을 던져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6회에도 그는 오른손 타자에게는 오른손으로, 왼손 타자에게는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애틀랜타의 스위치히터인 브룩스 콘래드를 상대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서의 잦은 해프닝 때문에 ‘벤디트 룰’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 벤디트가 데뷔한 2008년 스위치히터와 잦은 실랑이가 벌어지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투수가 먼저 어떤 손으로 던질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벤디트는 이날 오른손으로 던지겠다는 신호를 보냈고, 콘래드는 왼쪽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1루수 땅볼 아웃. 이날 벤디트는 1과 3분의 1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벤디트는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타자를 압도할 만한 공이 없는 내게 양손 피칭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고 말했다. 선발투수였던 사바시아는 “내가 마운드를 내려온 뒤 우리 팀이 계속 투수를 바꾸는 걸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190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뛴 유일한 양손 투수는 몬트리올의 그레그 해리스로 1995년 신시내티와의 경기에서 왼손으로 두 타자, 오른손으로 두 타자를 상대했다. 1800년대에는 4, 5명의 양손 투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OB에서 선수로 뛰었던 장호연 씨의 아들인 장영빈이 휘문고 재학 시절 양손 투수에 도전했으나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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