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종훈 감독의 서슬 퍼런 칼날은 에이스 봉중근(30·사진)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곧바로 2군행을 지시했다.
봉중근은 4일 잠실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해 3이닝 동안 1홈런 포함 4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박 감독은 투구내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회 시작하자마자 선두타자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 후에도 송지만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2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는 강정호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3회에도 볼넷이 화근이었다. 선두타자 유한준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다음타자 클락에게 우월 2점홈런을 허용했다. 3이닝 동안 투구수가 무려 72개에 달했다. 이미 한 차례 마운드에 직접 올라 봉중근과 얘기를 나눴던 박 감독은 3회가 끝나자 곧바로 투수교체를 지시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봉중근이 오른쪽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이내 “부상 여파도 있지만 에이스로서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경기가 없는 5일자로 봉중근을 2군에 내리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박 감독은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에게 싸움닭이 되도록 주문하고 있다. 싸우지 않는 자는 언제든 2군행이다. 이름값과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선수단의 체질개선과 의식개혁 작업을 화두로 삼고 있는 박 감독이다. 온화한 외모와는 달리 무서운 칼날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