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민호의 올해 꿈은 3점대 팀방어율이다. 그는 지난해 4.75에 머물렀던 팀방어율을 3점대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로이스터 감독은 그의 강한 공격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강민호의 마음속에는 수비밖에 없다. 볼배합을 연구하고 투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그는 개막후 5연패 기간이 한달처럼 느껴졌지만 KIA와의 3연전부터 배터리가 제 페이스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강민호는 롯데가 배출한 유일한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그는 국내프로야구에서 하나밖에 없는 20대 주전포수이기도 하다. 뛰어난 포수는 투수들의 성적을 높여주고 팀에게는 승리를 선물한다. 수비에 올인하겠다는 강민호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6개월 매일 수비느낌 적고 또 적고 볼배합-투수호흡 연구 끝 신뢰 ‘쑥’ ○팬들만큼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구나!
지난해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강민호는 선수단과 함께 이동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했다.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적이 있어요. 롯데팬들이 열성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선수들 이름을 부르며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에게서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죠. 과연 내가 팬들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가 생각하니까 부끄러운 거예요.”
포수의 할 일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포수는 첫째도 수비,둘째도 수비다. 후배 장성우의 활약도 그를 긴장하게 했다. “주전은 항상 제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을 깨달았죠.” 지난해 여름부터 강민호는 노트에 매일매일 수비에 관해 느낀 점을 적고 있다. 넥센의 김동수 배터리코치는 “아직 젊은데 수비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자체가 기특한 일”이라고 했다. ○투수와 포수는 신뢰관계가 첫번째다
개막전이 열린 3월27일, 선발 사도스키가 1회 1사후에 넥센 2번타자 김민우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강민호의 노트에는 그 순간의 느낌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볼카운트 2-1에서 몸쪽 싱커를 던졌다. 싱커가 워낙 좋았다. 2-2에서는 커브를 던져야 했다. 타자는 뒤로 물러나 있었고 커브 하나면 이길수 있었다. 사도스키는 계속 몸쪽을 던지겠다고 했다. 결국 2-3까지 갔고 실투가 나와 홈런을 맞았다. 투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나빴다.’
지난해부터 롯데투수들은 몸쪽 승부를 많이 한다. 몸쪽에 던져 타자에게 위압감을 줘야 한다는 로이스터 감독의 주문이다. 강민호는 “언제부터인가 막막하면 몸쪽을 요구했다. 맞으면 감독이 던지라고 했으니까 하는 책임회피 생각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시범경기 때는 편안하게 몸쪽을 던지던 투수들이 정규시즌에서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KIA와의 3연전에서는 몸쪽보다는 바깥쪽 변화구를 많이 사용했다. “몸쪽공이 효과적이지만 계획을 갖고 던져야 하죠. 개개인의 능력도 있잖아요. 결정구는 특히 투수가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지게 할 겁니다.”포수와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다. 포수가 내는 사인에 믿음이 담겨있을 때 투수는 편안하게 좋은 공을 던진다. 강민호에 대한 롯데 투수들의 신뢰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블로킹! 이젠 자신있다
올해 강민호의 블로킹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부상 이후에 등산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하체가 강해진 게 도움이 됐다.
강민호의 포구자세도 바뀌었다. 지난해보다 엉덩이를 들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다. 올해 스프링캠프에 초빙된 존 디버스 인스트럭터는“1-0으로 앞선 9회 2사만루 볼카운트 2-2에서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막는 것”이 블로킹이라고 정의했다. 존 디버스는 블로킹 훈련을 항상 투수들이 보는 곳에서 시켰다. 포수에 대한 고마움을 투수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다. 하체가 강해지고 수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하는 훈련은 효과도 컸다. “다른 건 아직 몰라도 블로킹은 정말 자신감이 생겼어요.” ○포수 최고기록을 세우는 게 꿈
강민호의 룰모델은 SK의 박경완이다. “경완 선배님처럼 공격과 수비가 모두 뛰어난 선수가 될 겁니다. 박경완 선배보다 우승도 많이 하고 싶고,홈런도 많이 치고 싶고, 더 오래 선수생활도 할 겁니다.” 박경완의 홈런기록, 김동수 코치의 출장기록을 모두 깨겠다는 게 강민호의 가장 큰 목표다.
강민호의 정신적인 지주는 팀선배 최기문이다. 볼배합을 잘못해서 얻어맞고 오면 최기문은 어김없이 나타나서 강민호를 감싼다. “민호야, 형이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오늘 승부를 네가 잊지 않으면 되는 거다. 항상 형이 이야기 하지? 네 나이에 너만한 포수 없다고.”40세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강민호는 장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몸을 갖고 있다. 태어나서 부상은 지난해 팔꿈치가 처음. 이진오 롯데 트레이너는 “유연하면서도 몸의 재생능력이 뛰어난 게 강민호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수비에서 최고포수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강민호의 도전이 시작됐다. 올해 그는 25세. 아직 젊고 시간은 많다. ○고민, 또 고민 볼배합
강민호는 자신을 수비가 약한 포수라고 했다. 볼배합부터 블로킹, 도루저지능력까지 보완해야 할 점을 하나하나 지목했다. 하지만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했다. 데뷔후 올해처럼 진지하게 볼배합을 고민한 적이 없다. 타자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타이밍을 체크한다. 이닝 중간 중간마다 투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이닝을 준비한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요즘 강민호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수비에 집중하느라 노력하는 게 보인다. 수비만해도 머리가 복잡할텐데 타격문제로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수비가 잘되면 타격은 저절로 터질 것이다.” ○항상 목표는 한국시리즈
강민호의 집에는 2004년 데뷔 첫해 사놓은 미트와 방망이, 야구장갑이 있다. “한국시리즈에 나가면 쓰려고 신인때 샀어요. 아직 한번도 못썼는데 볼 때마다 미안하네요.” 롯데는 팀창단 이후 한차례도 3년연속 가을잔치에 나간 적이 없다. 강민호는 “포수가 잘하면 됩니다. 정말 개인성적 욕심없고 올해는 수비만 생각할 겁니다. 팀방어율을 3점대로 낮추도록 열심히 할거구요.” 강민호는 야구장에서 가장 밝은 선수다. 그런 강민호에게서 올해는 진지함도 함께 보인다. 생각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고 했다. 최고포수를 향한 강민호의 진짜 도전이 지금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