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말로 하는 슬로건 넥센이 보여줬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LG 박종훈 감독의 슬로건이다. 물론 LG만의, 야구만의 모토는 아닐 터이다.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를 포함해 모든 단체종목의 운동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LG가 에이스 봉중근의 2군행을 둘러싸고 내홍에 휘말려있는 가운데 7일 넥센 투수 김수경(31·사진)이 2군에 내려가면서 보여준 말과 행동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6일 대구 삼성전에 올 시즌 처음 (선발)등판해 3.1이닝 9안타 3사사구 5실점으로 부진했던 김수경은 곧바로 2군행을 자청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7일 이례적으로 그 내막을 소상히 털어놓으며 속으로 울먹였다. ○김수경 “팀에 누를 끼치기 싫다”
김수경은 6일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뒤 정민태 투수코치를 통해 2군행을 자청했다. 보고를 접한 김시진 감독이 늦은 시각 김수경을 따로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김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김수경은 “지금 한번 해보자는 의식이 선수들 사이에 강한데 내가 못따라가고 있다. 팀, 감독님, 동료들에게 모두 미안하다. 2군에서 몸을 만들어 다시 올라오겠다.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이 만류했지만 김수경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시진 “누구보다 열심히 한 선수”
김시진 감독은 “고작 한 게임을 하고 도망가려는 것이냐”며 나무랐다. 이어 “2군에 내려가면 당장 연봉이 깎이지 않느냐. 또 혼자서 훈련하면서 어떻게 몸을 만들겠다는 얘기냐”며 얼렀다. 이에 김수경은 “2군 경기에 출장하면서 괜찮아졌다고 판단되면 2군 코치님들을 통해 말씀드리겠다”며 재차 2군행을 요청했다.
7일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그래서 배힘찬을 급히 (1군에) 올렸다”고 설명하고는 한참 동안 착잡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수경이는 현대 때부터 내 손때가 묻은 애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며 “내가 안다. 수경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숭용 “야수들이 더 열심히 뛸 것”
넥센 선수들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주장 이숭용의 얘기다. 이숭용은 “수경이가 나한테 먼저 상의를 하더라”며 “나도 그 심정을 잘 안다. 작년 초반 부진했을 때 ‘이제 끝낼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숭용은 또 “수경이는 잘 이겨낼 것이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며 “대신 수경이가 다시 1군에 올라오면 야수들이 더 열심히 뛸 것이다. 나부터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