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열린 6일 안산 와동체육관. 경기가 끝난 뒤 삼성생명 김호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 선수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한국농구를 생각하면 기쁜 일인데 당장 내년 우리 팀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한은행 기둥 센터 하은주(27·202cm)가 팀에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그를 막지 못한 삼성생명은 이번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삼성생명 박정은은 “예전엔 단순히 ‘크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농구 센스까지 장착했다. 국보급 센터로 손색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성실한 성격에 맞춤형 훈련 효과 기본기 안정되고 경기운영도 눈떠
이번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농구 관계자들의 생각도 일치했다. 평균 17.9득점, 7.9리바운드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경기 내용부터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 SBS스포츠 박건연 해설위원은 “스텝, 슈팅자세 등 기본기에서부터 경기운영 능력까지 이제 농구에 눈을 뜬 느낌”이라고 말했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하은주가 계속 성장하는 비결은 뭘까. 본인은 맞춤형 훈련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예전 일본에서 뛰던 시절엔 그냥 묻어가는 훈련을 했다면 2006년 신한은행에 입단한 뒤부터 신체조건에 맞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그는 “부상이 워낙 많다 보니 하루에 웨이트트레이닝만 4시간 가까이 한다. 구단에서 식단 하나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준다”고 전했다. 성실함도 그의 강점이다. 임달식 감독은 “은주는 몸이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훈련을 빠지는 법이 없다. 집중력도 아주 좋다”고 칭찬했다.
정선민 강영숙 등 팀 내 같은 포지션 ‘언니’들의 지원사격 역시 든든한 무기. 자기 훈련시간까지 아껴가면서 후배를 챙긴다는 게 하은주의 얘기다. 정선민은 “은주는 농구지능이 좋다. 스펀지처럼 배운 걸 빨아들여 가끔씩 내가 놀란다”며 웃었다. 순둥이처럼 생긴 얼굴이지만 농구에서만큼은 지고 못사는 승부욕도 성장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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