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열기는 뜨거웠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체육관 주변 도로는 농구장을 찾는 인파로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었다. 차에서 내려 경기장을 향해 총총걸음을 하는 팬들이 늘어갔다. 4808명의 만원관중은 통로와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7일 전주에서 열린 모비스와 KCC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 팬들의 높은 관심에 부응하듯 양 팀은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알 수 없던 승패의 향방은 제대 후 올 시즌 복귀한 김동우의 화끈한 외곽슛에 힘입어 모비스 쪽으로 기울었다. 김동우는 4쿼터 초반 3점슛 3개를 내리 꽂아 78-72를 만들었다. 이어 2점 차로 쫓긴 경기 종료 2분 43초 전 다시 정면에서 3점슛을 터뜨려 KCC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점 앞선 경기 막판 함지훈의 슛이 림을 맞고 튀어 나오자 천금같은 공격리바운드까지 잡아냈다. 결국 모비스가 90-87로 승리.
울산에서 2연승을 달린 뒤 3차전을 지며 주춤했던 모비스는 적지에서 소중한 1승을 추가했다. 3승 1패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200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통합챔피언에 복귀한다. 5차전은 9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1차전에서 손가락 부상까지 겹쳐 침묵했던 김동우는 이날 3점슛 5개를 앞세워 18점을 넣었다. 브라이언 던스톤은 1쿼터에 일찌감치 반칙 3개로 발목이 잡혔지만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22득점, 10리바운드로 모비스 골밑을 지켰다. 출전 선수 6명이 10점 이상을 기록한 고른 공격력도 모비스의 승인.
모비스는 3차전에서 패한 뒤 전주에서 용인 숙소로 올라갔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무거운 분위기의 선수들에게 오히려 하루 외박을 줬다. 3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김동우는 “전원 숙소에서 대기할 줄 알았는데 놀랐다. 잠실 집에 다녀와 재충전할 수 있었다. 그동안 부진했는데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태풍이 4쿼터에만 12점을 집중시키며 22점을 터뜨린 KCC는 리바운드에서 18-30으로 크게 뒤져 벼랑 끝으로 몰렸다.
전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양 팀 감독의 말
▽모비스 유재학 감독=3차전 패인이었던 실책을 줄이고 리바운드를 강화한 게 잘 됐다. 슈터 중에 한 명 정도는 터질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김동우가 외곽으로 연결된 기회를 잘 잡았다. 수비가 여전히 불안한 게 고민이다. 5차전에서도 오늘 잘 된 부분을 계속 이어나가 우승을 확정짓고 싶다.
▽KCC 허재 감독=김동우에게 막판에 3방을 맞은 게 아쉬웠다. 함지훈 수비에 집중하다 김동우를 놓쳤다. 마무리가 안 됐다. 체력이 부족했다. 하승진 출전은 따로 고민해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기존에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5차전에는 오늘 부진했던 테렌스 레더가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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